에너지 주가 11% 급락한 사이 회사채 가격 3% 올라
박스권 유가…디폴트 우려 낮췄지만 배당은 '글쎄'
셰일가스를 태워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사빈 패스의 첨탑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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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올해 미국 에너지 섹터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주가는 11% 떨어져 시가총액 1650억달러가 증발했다. 반면, 에너지 섹터의 회사채 가격은 평균 3% 넘게 올라 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5일 정례 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은 에너지 주식과 채권의 탈동조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러한 탈동조화에 대한 FT가 제시한 이론은 다음과 같다. 최근 유가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막고 부채를 조달할 만큼 올랐다. 하지만, 에너지 기업들이 수익성을 내고 주주들에게 배당을 줄 만큼 유가가 오르지는 않았다고 FT는 설명했다.
지난해 초 유가는 1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가 수요 개선과 OPEC 감산에 힘입어 배럴당 50달러선으로 안정화했다.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은 저유가 동안 자본지출을 대폭 삭감했고 유정 효율성을 높여 더 많은 석유를 뽑아냈다. 원유컨설팅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미국 생산업체들의 손익분기점 유가는 이제 배럴당 45달러로 낮아졌다.
UBS자산관리의 비네이 판데 단기투자 본부장은 "유가 30달러에서 신용이 낮은 업체들은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40달러만 넘으면 디폴트와 회생 우려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저유가로 인해 대형 원유 기업들의 지급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없겠지만 배당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투자부적격 등급의 미국 에너지 회사채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평균 7% 올랐고 같은 기간 투자등급 회사채는 5.6% 상승했다.
엑슨모빌, 셰브런, 코노코필립스, 슐럼버거, 필립스66 등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 합계는 250억달러가 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당에 대한 위협이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판데 본부장은 지적했다. 엑슨모빌과 필립스66 주가는 올해 6% 떨어졌고 셰브런과 슐럼버거는 각각 10%, 15%씩 밀렸다.
OPEC이 지난해 감산을 합의한 이후 미국 생산업체들이 헤지에 나선 점도 에너지 섹터의 주식과 채권 사이 탈동조화를 유발했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미국 시추 및 생산 업체들은 2017년 생산의 27%를 헤지했는 데 2016년보다 10%p 높았다.
헤지를 통해 유가가 떨어져도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 생산시추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컨설팅업체 RBN이 추적한 43개 기업들은 1분기 90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6년과 2015년 각각 310억달러, 1280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상전벽해다.
헤지 활동은 에너지 채권 투자자들에게 잉여현금흐름을 보증하지만 주식 투자자에게는 상승 여력을 앗아갈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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