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영화 '불한당'을 각본·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SNS 발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일부 관객들은 아예 "이 영화는 절대 보지 않겠다"며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개봉한 '불한당'이 8일 차인 어제(24일)까지 100만을 밑도는 71만 2520명을 기록한 것을 보면 감독의 SNS논란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불한당'이라는 영화만 놓고 보면 감독의 SNS 발언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굉장히 '잘 빠진' 작품이다.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판에 박힌 느와르의 공식을 깨고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를 받아도 될 만큼 파격적이다.
이 같은 호평을 입증하듯 '불한당'은 올해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분에 초청돼 지난 24일 오후 11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첫 공개됐다. 이날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계자들은 일동 기립박수를 치며 '불한당'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칭찬했다. 전 세계 117개국에 판매되는 쾌거도 거뒀다.
일부 관객들이 단단히 돌아선 이유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영화를 만든 변 감독 스스로가 자초했다. 변 감독은 19대 대선을 앞둔 지난달 말께 대통령 후보로 나선 다섯 명의 정치인들을 비교 분석하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가 SNS에 올린 멘트들이 고스란히 캡처돼 금세 온라인 상에 퍼졌고 이는 더 큰 화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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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자 변 감독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SNS가 사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 무심코 적었던 말들로 인해 상처를 입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한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지역 및 여성차별주의자는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변 감독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밝히는 성격으로 가식이 없다는 면이 장점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런 점이 되레 뜻을 왜곡할 수 도 있다.
사소한 일들도 인터넷 세상에만 들어서면 크게 부풀려지고 과장되는 마당에 정치적 발언이나 여성 및 지역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은,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작지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흥행하는 영화가 꼭 작품성이 뛰어난 걸작은 아니다. 흥행은 대중이 선택해야 비로소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흥행과 예술성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완성도 역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불한당' 역시 탁월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흥행작을 보면 일정한 기준이 없고 모호하지만, 무엇인가를 선택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선택한다고 해서 조롱하는 짓도 어리석다.
변 감독이 판단 오류로 주어담지 못할 말을 내뱉었지만 그것을 작품과 연관시켜 관람하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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