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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가짜 윤활유 軍 납품한 전직 군인…항공기·헬기 추락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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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윤활유를 군에 납품해 15억원을 챙긴 업체 대표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공군 출신인 이 대표는 군의 허술한 제품 검수를 악용했으며 불량 윤활유를 사용한 공군 항공기, 헬기 등에서 중대 결함이 발생했지만 아랑곳없이 돈벌이에만 골몰했다.

25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 수사로 저가 윤활유를 미국산 특수윤활유로 속여 방위사업청에 납품한 A화학 대표 이모씨(58)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A화학 직원 정모씨(33)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특수 윤활유는 항공기, 군함 등 각종 무기·장비에 사용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짜 특수윤활유 34종을 방위사업청에 43차례 납품해 약 15억원을 가로챘다. 납품한 가짜 제품 양은 드럼통 489개, 들통 82개, 캔·튜브 등 용기 3만3990개에 달한다. 이들은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미국제품인 것처럼 '제품 세탁'까지 했다. 군 규격에 맞지 않은 오토바이, 트랙터 윤활유를 미국에 일반 수출품목인 양 보낸 후 다시 들여왔다. 수입신고필증, 시험성적서 등 관련 서류도 위조해 방위사업청에 제출했다.

가짜 윤활유를 사용한 공군 항공기는 진동(폭연), 엔진 실린더 헤드균열 등 손상으로 운항 중 추락 위험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군 헬기와 군함도 기체가 손상되거나 전자기판이 녹는 현상 등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계자는 "공군 하사관 출신인 이 대표는 군 시절 총무·경리 업무를 담당해 내부 체계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업체는 2008년부터 군에 윤활유 등을 납품했지만 2014년 이전에 납품한 제품은 이미 사용돼버렸기 때문에 밝혀진 양보다 가짜 윤활유가 훨씬 많이 납품됐을 가능성이 크다. 2년여간 가짜 제품이 꾸준히 납품된 경위를 미뤄볼 때 군 내부 관계자와 이 대표 간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군 수사기관과 정보 공유 등 협력 체제를 강화해 방위사업 비리를 계속 수사해 나갈 방침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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