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도네시아 경찰이 자카르타 동부의 깜풍 멀라유 터미널에서 자폭테러가 일어난 뒤 현장에 도착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자카르타|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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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추종자 소행으로 의심되는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수도 자카르타 동부의 한 버스터미널에서 자폭테러가 일어나 경찰관 3명이 숨졌다. 경찰관들은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을 맞아 펼치는 전통 퍼레이드를 호위하다 변을 당했다. 근처에 있던 다른 경찰관 5명과 시민 5명도 부상을 입었다. 2명의 테러범들은 이날 오후 9시쯤 깜풍 멀라유 터미널 옆 대로변에서 몇 분 간격을 두고 차례로 폭탄을 터뜨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터미널은 자카르타 안에서도 인구밀집지역에 있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언론들은 경찰관을 노린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에서 무차별 폭탄테러와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도 경찰서는 테러범들의 표적이 됐다.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이 벌인 당시 테러로 시민 4명이 숨졌다.
테러 동기나 배후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경찰은 IS 등 국제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연관돼 있을 걸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벌어진 공연장 테러와의 연관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이 “문화적 다원주의와 온건 이슬람 전통에 위협이 되는 세력은 누구든 호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바로 다음날 벌어졌다. 전날 조코위는 극단주의를 경계하며 2019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도네시아의 통합을 강조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인용해 신성모독을 했다는 이유로 비무슬림에 화교인 바수키 자하자 뿌르나마(일명 아혹) 자카르타 전 주지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일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야당은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이슬람 강경파들을 선동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 국민의 약 87%가 이슬람을 믿어 인구로만 보면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하지만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지 않으며 1945년 제정된 헌법에 따라 정교분리, 종교적 다원성을 인정하는 등 온건 이슬람 국가의 길을 가고 있다. 위도도 정부는 지난달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요구하는 과격 이슬람단체 히즈붓 타흐리르 인도네시아(HTI)를 해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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