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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1억 수표 주운 기초생활 수급자, 주인 찾아준 뒤 보상금 한사코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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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경기 부천에서 택배 배달을 하며 조건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50대 남성이 길에서 주운 1억 여원의 수표를 주인에게 찾아준 뒤 아무런 보상을 받지 않은 훈훈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4일 경기 부천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2시 20분쯤 우영춘(53)씨가 중동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주웠다며 1억1500만원 짜리 수표와 주민등록등본이 담긴 봉투를 원미지구대에 가져왔다.

우씨는 “큰 금액인데다 주민등록등본까지 있는 걸 보니 중요한 일에 쓰일 돈 같다”며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을 것 같으니 서둘러 찾아주라”며 봉투를 남기고 떠났다.

경찰은 수소문 끝에 40여 분 만에 수표의 주인 박모(38·여)씨를 찾았다. 박씨는 “부동산 매매 잔금을 치르려던 돈인데 잃어버려 한참을 찾아 헤맸다”며 “습득자에게 조금이지만 감사의 표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주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지구대를 다시 방문한 우씨는 박씨가 보상금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며 “경찰관들에게 수박 한 통이라도 사다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실물법 규정상 돈을 찾아준 사람에게는 습득액의 5~20%를 보상하도록 돼있다.

우씨는 부천나눔지역자활센터 ‘나눔 행복 택배’에서 일하는 조건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130만원 안팎의 수입으로 아내 없이 지적장애 2급인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고 있다.

우씨는 이전에도 지갑 등 분실물을 주워 주인을 찾아준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주 우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경찰은 “본인 형편도 어려운데 보상금마저 거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내 것이 아닌 돈은 가질 수 없다던 우씨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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