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의 재벌개혁 첫 무대는... 한화·하이트진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될 듯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징금을 높이겠다고 답변한 가운데 첫 대상이 어떤 기업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에서는 한화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에 대한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한화·하이트진로 중 한 곳 내달 제재될 듯

25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한화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 건을 전원회의에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제재수위를 결정하기 최소 2주 전에 심사보고서를 해당 기업에 발송한다. 한화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아직 전원회의 심사보고서를 받지 못했다. 김 위원장 취임 전에는 전원회의가 열리기 어렵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중 적어도 1개 그룹에 대한 제재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2월 ‘대기업집단(재벌)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제도(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도입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 일가까지 검찰 고발 등 사법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이상 또는 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2월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0곳을 대상으로 1차 서면 실태 조사를 벌이고 5월부터 현대그룹, 한진그룹, CJ그룹, 한화그룹, 하이트진로그룹 등 5개 그룹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중 지금까지 제재를 받은 곳은 현대그룹, CJ그룹, 한진그룹 등 3곳이다.

당시 총수일가 검찰 고발은 단 한 건에 그쳐 제도의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한진그룹 산하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 총수일가 검찰고발도 가능...부당지원액 최대 80%까지 과징금

공정위가 주목하는 한화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는 한화에스앤씨다. 한화에스앤씨는 시스템 통합, 관리 및 컨설팅, 소프트웨어개발, 네트워크 구축 등을 하는 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를 가졌고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가 각각 25%를 가졌다.

한화에스앤씨는 한화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롤 보유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매출액의 52%인 2140억원이 내부 거래로 발생했다.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중 공정위가 부당한 내부 거래를 의심하는 곳은 서영이앤티다.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이 회사는 박재홍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전무가 지분 58.44%를 보유하고 있다. 박재홍 회장이 21.62%, 차남 박문덕씨가 14.69%, 박재홍 회장의 형 박문효씨가 5.16%를 차지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99.1%다.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했다.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40.1%인 203억원을 내부거래로 창출했다.

김 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 자료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강하게 제재하겠다고 한만큼 이들 회사들은 고강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 고발을 비롯해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기준 고시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조사결과 밝혀진 부당지원 금액의 최대 8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15년 말 기준. 공정위 제공

◆ 기준 낮추면 현대글로비스 등 제재대상 늘어나

공정위는 2차 일감몰아주기 조사와 제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총수있는 기업집단 45곳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지분율 30%(비상장사는 20%) 이상 기준을 지분율 20% 이상으로 낮춰 규제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불문하고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율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도 이런 방침에 동감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현대차계열사를 비롯해서 SK에이앤티에스,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추가 포함 기업으로 거론된다.

공정위 조사는 앞으로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내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4대 그룹에 집중해서 현행법을 엄중하게 집행할 것이고 이런 신호에 대해 기업 들이 자발적으로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내정자는 취임후 과거 ‘기업 저승사자’로 불린 조사국 성격의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공정위의 '2016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내부거래 금액이 큰 집단은 SK(33조3000억원), 현대자동차(30조9000억원), 삼성(19조6000억원), LG(16조8000억원), 포스코(11조5000억원)의 순이다. 이들 상위 5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 합계는 112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기업집단 내부거래의 70.3%를 차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직거래를 하던 두 계열사 사이에 새로운 계열사를 끼워넣어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이른바 ‘통행세’ 등 새로운 부당 관행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문관 기자(moooonkw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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