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 과정에 허위 사실을 공표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벌금 100만원 이상’ 여부를 셈하던 정치권의 입은 무안해졌다. 선거사범을 대하는 법의 냉혹한 얼굴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낙선했다. 통상 민의 왜곡은 당선자의 위법 행위를 판단하는 잣대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낙선자인 이 대표의 행위도 민의를 ‘왜곡할 수 있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봤다. 거짓말을 한 후보가 낙선했지만, 표심이 훼손될 위험이 있었기에 죗값을 치르라는 뜻이다. 그만큼 선거법 위반은 중대 범죄라는 경고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여권 입장에서 꽃놀이패였다. 지난 대선과 총선, 재보선 단골 구호였다. 최근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을 임시 봉합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그랬던 패를 이제 법원이 열었다. 이 대표는 항소하겠다고 했다. 결과가 어떻든, 법의 판단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정치가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법의 심판을 받으라’는 여당의 구호는 이제 싱거운 패가 됐다.
이 대표 1심이 선고된 날, 국민의힘은 잔칫집이었다. 일부 지도부 의원이 회의실에 모여 함성을 지르는가 하면, 취재진에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부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히자 박수가 터졌다. 곧장 ‘선거비용 먹튀 방지법’을 냈고, 의원 단체 대화방에선 ‘이재명 측근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재명 사퇴 추진위원회’를 만들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사법의 시간은 이 대표만의 것일까. 법원이 선거사범에 징역형을 선고한 건 보수 진영에도 호재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경선 당시 주가조작 의혹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고발 당했다. 여론은 다른 선거 게이트도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와 정치브로커, 여당 인사들이 뒤얽힌 공천 개입 의혹이다. 핵심 인물들은 이미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전직 당 대표는 공천 개입 폭로자로 돌아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겠다”고 했다. 집권 3년차 여당의 방패막이던 꽃놀이패는 여의도의 손을 떠났다. 더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상쇄할 수 없다.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을 받지 않더라도, 중도층이 납득할 만한 대체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때 언급한 인적 쇄신, 여사 문제 해결책을 여당이 직접 재촉할 때가 됐다. 사법의 시간은 ‘이재명이 없어도’ 온다.
이슬기 기자(wisd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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