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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K방산 거침없는 진격…중·러 밀어내고 육·해·공 '남미 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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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페루 훈장 교환식에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태양 대훈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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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페루 방문을 계기로 K방산의 중남미 진출에 파란불이 켜졌다. 현대로템·HD현대·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각각 페루의 육·해·공군 방위 시장에 진출하게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국방·방산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같은 날 발테르 아스뚜디요 페루 국방장관과 만나 지상·해상·항공 분야의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8일 현대로템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상무기 공급 사업의 총 물량과 사업 규모를 결정하는 협약으로 향후 진행될 실행 계약에 납기, 사양, 교육훈련 내용, 유지보수 조건 등 세부사항이 담긴다.

현대로템은 지난 5월 페루 조병창(造兵廠)이 발주한 차륜형 장갑차 ‘K808 백호’ 30대 공급 사업을 수주하며 중남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협약으로 K2전차·계열전차와 차륜형장갑차 후속 물량 등 지상무기체계 전반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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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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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앞줄 왼쪽)과 호르헤 자파타 페루 조병창 대표(앞줄 오른쪽)가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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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는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와 ‘잠수함 공동 개발을 통한 페루 산업 발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페루 해군은 노후 함정 교체 사업을 추진 중인데, 양측은 페루 해군 맞춤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현지화와 산업 협력도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시마조선소와 3400t급 호위함 1척, 2200t급 원해경비함 1척, 1500t급 상륙함 2척 등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공동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6406억원으로, 중남미 방산 수출 사상 최고 금액이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페루에 지사를 설립하고 지난달 첫 기자재를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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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앞줄 왼쪽)와 세사르 베나비데스 페루 시마조선소장(앞줄 오른쪽)이 페루 리마 대통령궁에서 잠수함 공동개발 협력(MOU)를 맺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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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영 KAI 사장(앞줄 왼쪽)과 하이메 로드리게스 세맨 사장(앞줄 오른쪽)이 부품 현지 공동생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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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페루 국영 항공기업인 세맨(SEMAN)과 전투기 ‘KF-21’의 부품 현지 공동생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페루 공군은 소련(현 러시아)이 개발했던 전투기 ‘Su-25’ ‘MiG-29’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노후 기체 교체를 위해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KF-21’과 경전투·공격기 ‘FA-50’ 등이 후보군에 들어있다. KAI는 페루 측에 FA-50과 KF-21를 패키지 제안해, 예산 내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페루는 2012년 한국 첫 독자기술 항공기 ‘KT-1P’ 20대를 도입한 바 있다.



중·러 밀착하던 중남미…K방산 관심 왜



중남미 방산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중남미에선 폭력단체의 범죄, 정부군과 무장 단체 간 충돌, 마약범죄, 난민으로 인한 국경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무기 수요가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중남미 방산 시장이 올해 253억6000만 달러(약 35조3340억원)에서 2029년 314억1000만 달러(약 43조763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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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을 어떻게 차지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199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중남미 주요국에 좌파 정권이 집권(핑크타이드)하며, 러시아·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착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KIEP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6년 중남미 방산 시장에서 러시아 점유율은 27.7%, 중국산은 4.6%로 집계됐다. 페루·베네수엘라·니카라과 등이 러시아 무기의 주 고객이었고, 아르헨티나·볼리비아·에콰도르 등은 중국산 무기를 수입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2017년 이후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위기와 정치적 혼란이 확산해 신규 무기 도입 여력이 줄었다. 여기에 2022년 이후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강화로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도 전보다 소원해졌다. K방산이 파고들 틈이 생겼다는 의미다.



“K방산 뒷받침할 ‘실탄 장전’ 서둘러야”



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한국수출입은행(수은)·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산 계약은 사실상 정부 간 계약이고 수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통상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한다.

지난 2월 국회가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법정 자본금 한도는 15조→25조원으로 확대됐지만, 실제 자본금을 납입해야 수은의 ‘실탄’을 채울 수 있다.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에서 수은 자본금 납입을 위한 내년 예산 1000억원이 통과됐지만, 현물출자보다 현금출자액이 적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현재 정부의 세입 여건이 좋지 않아, 무작정 현금 지원을 늘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K방산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틈새를 잘 공략했다. 폴란드를 교두보 삼아 루마니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 수출했듯, 페루도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본다”며 “방산수출 확대 시 국가 산업 전반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가신용도와 대외신인도도 높아진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가 방산 수출전략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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