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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하루아침에 다 바꾸라니”… 재계, 文정부 정규직 전환 요구에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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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ㆍ배두헌 기자] “변화엔 반동이 따릅니다. 급격한 변화엔 강력한 반동이 수반되죠”

익명을 요구한 4대그룹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추진 방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를 만드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도 의지가 강하다. 문제는 당사자들의 반발이다.

25일 재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방향에 대해선 찬성한다. 그러나 속도와 폭, 그리고 범위가 너무 폭이 넓다”며 “하루아침에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들을 다 뒤집으라는 정부의 요구는 따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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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한 계열사의 협력사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방침만을 밝혀 경영상으론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그룹내 또는 계열사에 소속된 직원들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가 들어올 경우엔 실적 지표까지 바뀔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10대그룹 관계자는 “테마만 바뀌었지 전 정권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미르-K재단에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이나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것이 무슨 차이냐”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현황판이 등장하는 것도 코미디”라고 비꼬았다.

관전포인트는 ‘시간’이다. 임기 5년인 문재인 정부와 임기가 없는 기업 경영 사이의 갈등이 정규직 전환 문제를 사이에 두고 표면화 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 제약이 있는 정부는 임기 초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 눈에 띄는 성과를 얻어내려는 반면, 기업인들은 속도를 늦추자면서 정부의 개혁 의지가 느슨해질 때를 기다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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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멘 목소리는 정규직화가 예정된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택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월급이 현재보다 더 낮아진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정규직 전환의 의미가 무엇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대해 정부측은 “직업 안정성이 높아진 것이 성과”라며 그들을 다독이고 있다.

고용인 측인 기업인과 정규직 전환이 약속된 노동자측 양측으로부터 반발을 맞고 있는 셈이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 안팎을 오가는 상황이라 조직적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기업인들의 협조 없이는 ‘일자리 대통령’ 공약을 지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요구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하투(夏鬪)를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적 대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참여정부 시절처럼 나라가 두개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내부에선 나온다”고 전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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