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4일 지령 3만호 조선일보 97년은 한국문학의 산 역사
오는 6월 24일 지령 3만호를 맞는 조선일보의 97년 역사는 한국문학사를 빛낸 대표적 문인들이 거쳐 간 역사이기도 하다. 이광수, 염상섭, 채만식, 한용운, 이기영, 홍명희, 안수길, 정비석, 이병주, 홍성유, 최인호, 박영한, 이문열, 신경숙, 정이현, 김영하 같은 쟁쟁한 문인들이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다.
조선일보 1933년 11월 15일 자에 실린 이기영의 ‘고향’ 연재 1회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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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서 부사장과 편집국장을 지낸 춘원 이광수는 시베리아 여행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 '유정'(1933)을 연재했다. 춘원의 이상주의적 애정관을 체계화시킨 대표작 중 하나다. 식민지 시대 한국농민소설의 대표작인 이기영의 '고향'(1933~1934)도 조선일보에 연재됐는데, 마지막 두 회분은 작가의 구속으로 인해 팔봉 김기진이 대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국 대하역사소설의 대표작이자 토속 한국어의 보고(寶庫) 대접을 받는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조선일보에 '임거정전(林巨正傳)'이란 제목으로 1928년부터 1939년까지 12년에 걸쳐 연재됐다. 연재를 시작한 뒤 세 차례나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일제의 신간회 탄압으로 벽초가 투옥되자 독자들의 빗발치는 요구로 옥중 집필이 이뤄지기도 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만해 한용운은 소설 '흑풍'(1935~1936) '박명'(1938~1939) '삼국지'(1939 ~1940)를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만해는 1940년 일제가 조선일보를 강제로 폐간했을 때는 비분강개한 심정으로 '신문이 폐간되다'란 시를 남겼다. "붓이 꺾이어 모든 일이 끝나니/ 재갈물린 사람들 뿔뿔이 흩어진 서울의 가을/ 한강물도 울음 삼켜 흐느끼며/ 연지(硯池)를 외면한 채 바다로 흐르느니!"
광복 후에는 안수길의 '제2의 청춘'(1957~1958), 정비석의 '명기열전'(1974~1979),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1977~1980), 홍성유의 '인생극장'(1984~1988) 같은 굵직한 소설이 조선일보에 연재돼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역사소설의 대가(大家)라 불린 월탄 박종화는 '임진왜란'(1954~1957) '자고가는 저 구름아'(1961~1965)를 연재했으며, 1969년부터 1977년까지 2456회에 걸쳐 '세종대왕'을 연재해 최장기 연재소설의 기록을 세웠다.
최인호 소설 ‘별들의 고향’의 연재를 알린 조선일보 1972년 8월 26일 자 사고(社告). |
1972년 조선일보 지면에 등장한 27세 청년 작가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은 새로운 청년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획기적인 작품이었으며,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유례 드문 흥행 기록을 세웠다. 중견 작가로 성장한 최인호는 한·일 고대사의 비밀을 파헤친 '잃어버린 왕국'(1985~1987)을 조선일보에 연재해 다시 큰 주목을 받았다. 역사소설 집필 경험이 없던 작가는 신문사의 적극적인 사전 지원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고, 이후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화제작 '왕도의 비밀'(1991~1993)을 연재했다.
조세희 '천사의 달'(1981), 박영한 '우리는 중산층'(1989), 이문열 '오디세이아 서울'(1992) '떠도는 자들의 노래'(1997~1998) '불멸'(2009),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2005~2006), 신경숙 '푸른 눈물'(2006~2007), 김영하 '퀴즈 쇼'(2007) 등의 소설 역시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1927년 시작된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백석(1930), 김동리(1934), 김유정(1935), 김정한(1936), 정비석(1937) 등의 문인을 배출했으며, 광복 후에는 소설가 전광용·최인호·황석영·김인숙·최수철, 시인 장석주·심보선, 극작가 차범석, 아동문학가 유경환, 평론가 김화영·이남호 등 당선자를 냈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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