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홍보대사 리처드 용재 오닐]
일산 홀트학교서 위촉식 겸 음악회
모친, 미국 입양아·지적 장애인
"어머니 통해 장애 향한 편견 경험… 음악은 소통에 가장 좋은 수단"
23일 경기 일산 홀트 학교의 작은 강당에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사진〉이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회장 고흥길)는 8월 열리는 '평창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홍보대사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함께 그를 위촉하고 음악회를 열었다. 페스티벌은 전 세계 발달장애인을 위한 문화 축제다.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발달장애인 100여 명이 참가해 클래식과 재즈 등 공연을 감상하고 음악가들에게 노래와 악기를 배운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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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은 "어머니께 음악적 감각뿐 아니라 달리기 실력도 물려받았다"며 "스페셜올림픽에서 위촉한 홍보대사로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홀트가 없었다면 전쟁고아였던 어머니가 미국으로 입양될 수 없었을 테고 저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대를 마련해 준 홀트 학교에도 감사를 전했다. 그의 어머니 이복순 여사는 6·25 전쟁 이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에 입양됐다. 어린 시절 앓은 열병으로 지적장애인이 됐고 미혼모로 그를 낳았다.
어려운 형편에도 용재 오닐은 미국 클래식계 최고 권위상인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수상했고 비올리스트 최초로 줄리아드 음악대학원 아티스트 디플로마(Artist Diploma·전문 연주자 과정)를 받았다. 그는 어머니의 가족을 찾고자 처음 한국을 찾았던 2004년 여름을 떠올렸다. 어머니를 모시고 홀트 학교를 찾았던 그는 13년 전에도 이곳에서 작은 공연을 열었다. "전쟁고아로 입양되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 계시던 분들 앞에서 공연했어요. 어머니 나이대 분들을 보니 '저분들이 내 엄마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곳에선 모두가 음악에 몰입하는 게 느껴진다. 천천히,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은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강력한 소통 수단이 된다"고 했다.
"장애인 아들을 둔 한국 친구가 있어요. 아무 데서도 그들을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는 얘길 들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갖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지요." 페스티벌 참가자를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장애가 있지만 피아노를 기막히게 연주하거나 계산을 완벽하게 해내는 아이를 종종 본다"면서 "한 감각이 떨어지면 다른 능력을 꼭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용재 오닐은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무대 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기부금 모금을 위해 지리산과 전라남도 구례군 일대 100㎞를 걷는 '옥스팜 트레일 워커' 행사에서 다쳤다. 병원 치료도 미루고 위촉식에 참석한 그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버겁더라도 예정된 활동은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25일엔 서울 중마초등학교에서 연주회를 열고 오케스트라 학생들과 협연도 할 계획이다. "어린아이는 대부분 클래식을 듣느라 10분 이상 앉아있는 걸 못 견딥니다. 그렇지만 제가 좋은 사람이고 자신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걸 아이가 느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교육이 시작될 수 있죠. 그만큼 뿌듯한 일도 없어요."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어렵고 힘든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면서 "나눔 활동을 하면서 세상에는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훨씬 많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어머니를 향한 편견을 경험했기 때문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예술과 나눔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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