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자회사로 분리시킨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과 별도로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24일 “7월 1일자로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해 파운드리 사업 부문을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사업은 별도 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 설계도면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것을 말한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 대표는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다. 현재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 소속 직원은 생산직과 일반 사무직을 합쳐 1000여 명이다.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는 우선 200mm 웨이퍼를 사용하는 청주 M8공장을 초기 자산으로 편입한다. M8공장의 생산 규모는 월 8만∼10만 장이다. 주력 생산품은 CIS(이미지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이 되겠지만 추후 제품 종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시키기로 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200억 원으로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액 17조1980억 원의 1%에도 못 미쳤다.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번번이 ‘투자 후순위→고부가 미세공정 확보 지연→매출 감소→경쟁력 악화’라는 악순환을 걸어왔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아이씨 분사를 통해 이 고리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비(非)메모리 분야로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9%씩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1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7.8%씩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D램(5.3%), 낸드플래시(6.1%)보다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파운드리 사업 영향력은 대만 TS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 순수 파운드리 업체들에 크게 뒤져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에 생산을 맡길 경우 자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3일 DS(부품)부문 내 시스템LSI 사업부를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부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사업별 전문성 및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포럼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최 회장은 포럼 참석 외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그룹의 중국 주요 사업장을 둘러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직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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