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나시대 |
우주에서 엄청난 방사선에 노출됐던 생쥐의 정자가 지구에서 난자와 만나 정상적인 생쥐<사진>로 자라났다. 이번 실험 결과는 미래에 인류가 우주에서도 대(代)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야마나시대학의 와카야마 데루히코 교수 연구진은 지난 23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생쥐의 정자를 지상에서 난자에 인공수정시켜 정상적으로 새끼 쥐를 낳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우주 공간에서 사람과 같은 포유류가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물고기와 도롱뇽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정상적으로 새끼를 낳는 데 성공했지만 포유류에 대한 실험 결과는 없었다.
우주에는 지구 대기와 같이 방사선을 막아주는 장벽이 없기 때문에 지구보다 방사선이 100배나 강하다. 방사선에 오래 노출되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연구진은 생쥐의 정자도 우주방사선으로 인해 유전자에 결함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새끼 쥐들의 건강과 외관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성공률(10%)도 지상 냉동고에 보관했던 정자로 인공수정한 경우(11%)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손상된 정자의 유전자가 난자와 결합하면서 결함이 보정됐다"며 "난자의 유전자 복구 기능이 정자의 유전자 손상을 고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우주에서 3~5년간 장기 보관한 쥐의 정자로 같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구에서 인공수정한 쥐의 수정란을 동결 건조해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후속 실험도 추진한다. 지상에서 우주처럼 중력이 약하게 한 상태에서 실험하면 쥐와 물고기 수정란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우주에서 직접 실험한 적은 없다.
와카야마 박사는 "우주 공간에서 1년 이상 정자나 수정란을 보관하려면 방사선을 막아주는 얼음 보호막과 같은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며 "우주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손상을 줄일 수 있다면 우주정거장이나 달에도 인간 정자은행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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