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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독일도 '로봇시대 일자리' 고민… 勞使政, 백서까지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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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는 작년 9월부터 독일 안스바흐에서 운동화 일부를 생산하고 있다. 1993년 운동화 생산 전량을 해외로 이전한 뒤 자국 생산을 재개한 건 23년 만이다. 독일 공장에선 연간 50만 켤레 운동화가 생산된다. 아시아에서 직간접적으로 100만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독일 공장에는 10명만 일한다. 동남아에서 생산할 때 필요한 인원의 60분의 1에 불과하다. 로봇 12대와 3D프린터가 사람을 대신해 운동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공장은 독일로 돌아왔지만 정작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독일 '노동 4.0'으로 4차 산업혁명 준비

독일 정부는 2011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산업(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해왔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은 아디다스 사례처럼 기존 제조업 일자리를 크게 위협하는 등 노동 환경을 바꿔가고 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추진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물음도 함께 던졌다. 2015년부터 노사정(勞使政), 학계 등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고 작년 11월 관련 내용을 집대성한 '노동 4.0' 백서를 내놨다.



조선비즈

작년 말 완공된 독일의 아디다스 운동화 공장은 센서와 네트워크를 통해 로봇이 작업 방식을 조정해가며 원하는 제품을 생산한다. 연간 50만 켤레를 생산하지만 생산 인력은 10명이다. 24년 만에 독일 내 생산을 재개했지만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노동 4.0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롭게 만들어질지, 근로 방식은 어떻게 바뀔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 노동 시장 변화에 대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 기기나 ICT는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가능하게 해 '오전 9시~오후 5시'라는 고정된 노동 시간과 사무실이라는 근로 공간의 경계를 없애 '유비쿼터스(Ubiquitous) 노동'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처럼 모든 근로자가 동일한 시간대에 늘 지정된 곳에서 노동할 필요가 없다. 또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주문형(온디맨드) 경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같은 플랫폼 경제(공유경제) 활성화는 고용의 형태와 근로 계약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 4.0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런 변화는 업무와 휴식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려 근로자 입장에선 노동 강도가 더 강해질 수 있다. 또 노동 4.0 시대에는 활발한 일자리 이동과 새로운 일자리 등장으로 인한 지속적인 직업 교육이 필요해지고, 실업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도 한층 중요해진다. 플랫폼 경제를 기반으로 한 특수근로자들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법적 문제도 발생한다. 독일은 노동 4.0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 개정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선비즈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 시장의 유연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전제하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노동 4.0'의 핵심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유연화로 실업 극복한 독일

독일은 앞선 2002년부터 '하르츠 개혁'을 추진해왔다. 2차대전 이후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르자, 사민당 슈뢰더 총리는 폴크스바겐 인사담당 이사를 지낸 하르츠를 위원장으로 대대적인 노동 개혁에 나섰다. 개혁의 핵심은 경기가 나쁘면 정리해고 기준 등을 완화하고, 경기가 좋을 때는 최대한 일자리를 보호하는 노동의 유연화였다. 하르츠는 네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했다. 또 기업이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 제한을 없애는 등 파견근로자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2005년 청년실업률은 독일이 15.5%, 한국은 10.1%였다. 하지만 2016년 한국(10.6%)과 독일(7.0%)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일자리와 관련된 고질적 병폐들이 다를 수 있다"며 "지금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의제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노사정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용 기자(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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