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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열린 시선/이성일]4차 산업혁명 성공하려면 중소기업 스마트化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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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성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화제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 중에서도 첫손에 꼽혔던 내용이다. 이제 두 번째 일자리 공약의 실행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스마트코리아 구현을 위한 민관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대목이다.

과학기술계의 화두였던 4차 산업혁명이 대선을 거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아직은 그 개념을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란 얘기부터,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진단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다. 프레임 짜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용어일 뿐 실체가 없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중요한 건 차수가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우선은 정책의 구체성과 장기성이 보장돼야 한다. 단순한 정보 인프라의 기업현장 도입이나 정보화가 아니라 생산의 플랫폼을 새로 구상하고 제품을 설계하는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 스타트업이 싹을 틔워 대기업 및 전문 제조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할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키우는 투 트랙 전략이 중요하다.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 전략으로 범국가적 차원의 제조혁신 시동을 걸었던 독일도 최근 그 성과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2015년부터는 정부 예산으로 테스트베드를 공동 개발하는 ‘중소기업 4.0’ 프로젝트를 발족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화를 추진 중이다. 참여기업은 인더스트리 4.0 생산라인을 설치하면서 연구개발에 함께 참여하며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는 기회도 갖는다. 또 개발된 시스템에서부터 네트워크 단말, 시스템 부품 등의 제품, 그리고 분석 소프트웨어 등의 서비스 부문에서도 시장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방식의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혁명의 시기에는 사회·경제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 찰스 다윈의 말처럼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 것’이다. 낡은 생산방식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혁신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적돼 온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생산의 주체인 중소기업이 이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고 동력을 충전해줄 길잡이가 절실하다.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스마트화를 추진할 범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실행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성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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