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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침몰하던 SONY'를 건져낸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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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간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소니는 충분히 힘을 되찾았습니다. 올해 목표로 삼은 5000억엔(약 5조 300억원)의 영업이익은 통과점(通過點)에 불과합니다."

23일 일본 도쿄 시나가와에 있는 소니 본사에서 열린 '2017년 경영설명회'에서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57)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과 TV, 게임 등 주력 분야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의 올해 매출 목표는 8조엔(약 80조6400억원)이다. 일시적인 깜짝 회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고(高)수익을 내는 체제를 갖췄다는 것이다. 소니는 양대 핵심 사업인 이미지 센서 반도체와 게임 부문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그동안 고전했던 TV와 스마트폰 사업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CBS(현 소니뮤직)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히라이 CEO는 2012년 실적 악화로 물러난 첫 외국인 CEO 하워드 스트링거 후임으로 CEO에 올랐다. 그는 취임 초 PC 사업 철수와 워크맨 오디오 분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어 '기술 소니' 부활에 나섰다.

히라이 CEO는 이날 "(사장 취임했을 때) 주변에서는 '소니에게 전자제품은 더 이상 장래성이 없다'는 회의론이 많았지만 '전자제품에는 이노베이션(혁신)이 있다'는 믿음으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오랜 적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구조로 거듭난 TV 부문의 혁신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히라이 CEO는 "TV의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초고화질(UHD) TV에 집중하면서 대당 평균 공급 가격은 2014년 5만7000엔(57만5000원)에서 올해 6만6000엔(66만5000원)으로 높아졌다"며 "안정된 TV 부문의 체력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인도 등 일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니의 작년 TV 판매대수는 1210만대로, 2010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다. 하지만 전체 TV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초고화질 TV에서 나온다. 여기에 소니는 다음 달 화면에서 소리가 나오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을 앞세운 게임 부문은 매출 2조엔에 영업이익 1700억엔을 올리는 소니의 주력 부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라이 CEO는 "게임 사업은 본래 실적이 들쭉날쭉하는 경향이 컸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력 게임기 PS4는 올해 1800만대를 팔아, 연내 누적 판매 대수가 7600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PS4에서 이용자들은 일주일 동안 6억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이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유료 게임회원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을 소니의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소니 그룹의 각 부문이 VR 기술 활용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소니뮤직은 VR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게임 부문에서는 안경 형태의 VR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VR’을 내놓는 식입니다. 제조에서 콘텐츠까지 모두 갖춘 소니야말로 VR 부문에서 가장 유리할 것입니다.” 히라이 CEO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출시 초기에 물량 공급이 달릴 정도였는데 올 2월부터 제조 라인을 확충해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며 “벌써 VR 게임만 100종 이상이 나왔고 비(非) 게임용 콘텐츠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새롭게 뛰어든 ‘로봇’과 ‘인공지능’ 사업에 대해서는 “복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신제품 개발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나중에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

히라이 CEO는 “새로운 가치에 도전하는 자신감과 활기가 가득찬 소니가 돌아왔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부 사업 조정은 있겠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은 모두 완료했다”고 말했다. “소니는 한 마디로 ‘감동(感動) 회사’입니다. 소니픽처스는 영화로, 소니생명은 생명보험상품으로, 전자 부문은 뛰어난 하드웨어로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합니다.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를 모두 가진 소니니까 가능한 일이며 이는 앞으로도 불변(不變)입니다.”





도쿄=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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