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용 법무법인 서하 대표(강원지방변호사회장)/사진=머니투데이 더엘(the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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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변호사들이 서울을 고집하지 말고, 지방에도 많이 진출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함경도 출신으로 사실상 고향인 속초를 비롯한 강원지역서 32년간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동용(65·법무법인 서하 대표)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레드 오션인 '송무(訟務)'만 하지 말고 '정치' 등 변호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도전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강원지방변호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 변호사는 소위 '시골 변호사'의 전형(典型)이다. 땀을 흘리며 순수하고 투박한 말투로 진심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서초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샌님 변호사'들에게선 보기 힘든 태도였다.
◇밥 한 끼 먹기 힘들었던 '흙수저' 소년, 속초 대표 변호사로
성공한 '금수저'가 넘치는 법조계지만 조 변호사는 어릴적 가난으로 중학교를 중퇴할 정도로 어렵게 자랐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였다 .형제 중 넷째인 조 변호사가 일곱 살이 되던 해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 상을 치르고 나서야 복중(腹中)에 다섯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친은 30대 젊은 과부 몸으로 조 변호사와 형제들을 모두 공직자로 키워냈다. 그 공이 인정돼 나중에 국민포장(國民褒章)까지 받았다.
모친 자랑을 길게 한 그는 본인도 두 자녀와 며느리까지 4명이 같이 '가족 로펌'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보였다. 속초에 등록된 변호사 14명 중 4명이 그의 가족이다. "고향 속초에서 함께 로펌을 운영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감사한 일"이라며 가족자랑을 이어갔다.
그와 자녀 그리고 며느리까지 모두 서울서 대학을 나왔다. 그럼에도 속초서 로펌을 같이 운영한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변호사는 당연히 서울 법원 앞에 개업하던 시절인 1980년대 초, 그는 과감하게 '무변촌(無辯村:변호사가 없는 지역)'을 공략했다. 원조 '시골 변호사'로 처음부터 자리잡은 사연도 모험심 강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80년대 법조 호황기에 과감히 무변촌행, 강원 '영월'로…'시골 변호사' 원조
검사시보(試補)를 나갔던 서울남부지검에서 제법 큰 사건을 성공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본 법조인사들이 지검 앞 개업을 권했다. 그런데 뒤돌아보지 않고 과감히 무변촌 강원도 영월로 향했다. 영월지원 앞에서 첫 개업 변호사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원장 후보군에 오른 박시환 전 대법관(인하대 로스쿨 교수)이 반정부 시위를 한 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가 영월지원으로 좌천됐던 때였다. 그때 맺은 인연으로 지난 2012년 조 변호사의 아들내외 결혼식 주례를 박 전 대법관이 맡아주기도 했다.
변호사가 귀하던 그 시절, 잦은 탄광사고에서 성심성의껏 의뢰인들을 변론하던 그를 순박한 고향사람들은 금방 인정해줬다. 무변촌에 들어간 '모험'이 '성공'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속초로 사무실을 옮겨 30여년간 운영했고 모교(母校)를 비롯해 지역에 적지 않은 물질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가히 '시골 변호사가 사는 법'을 보여준 그다. 고향에서 자리 잡는 게 장기적으로 안정적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고향에 정착하는 성공방식이 과거에만 통하는 게 아니라 현재도 유효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직까지 지방으로 가면 변호사가 부족하니 추천 좀 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온다"며 "변호사들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다들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로스쿨 변호사들은 특히 가능성이 많다"며 "고향에서 능력을 키워 지방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고 지역을 위해 일한 뒤 궁극적으론 나라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떡잎부터 달랐던 연수원 동기, 추미애·홍준표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에 대한 젊은 시절 기억과 인물평도 흥미롭다.
추 대표에 대해선 첫 부임한 춘천지법에서 변호사와 판사로 만났고, 강단있고 소신을 보여준 판결이 인상깊어 나중에 큰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상부의 은근한 압박에 전혀 굴하지 않았던 추 판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홍 전 지사는 같이 검사시보를 하던 때부터 이미 검사기질이 다분했고 소위 '깡'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나중에 검사로 정치인으로 나름의 길을 보여주고 대선 후보에까지 올라 선 성과를 낸, 홍 전 지사의 범상치않던 성정을 젊은 연수원생 시절 목격했기에 이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 정부 맞은 변호사업계도 '관행'보단 '개혁'에 의지 보일 때"
올 2월부터 변협 총회 의장을 맡게 된 그는 변호사사회 개혁에도 관심이 크다. 급증한 신규 변호사 등 젊은 세대의 부담은 줄이고 권한은 늘려주는 방향이 그가 추구하는 바다. 사회의 민주화 속도에 비해 변호사업계는 '관행'과 전통'이란 이름하에 '민주화'가 더디단 판단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신대로 변호사단체 개혁에 앞장설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회칙 개정을 통한 변협 총회 독립성 보장 △지방변호사회장단의 변협 회무참여 실질화와 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제도화 △총회 예결위 신설과 협회자금집행 감시기능 강화 △변협 등록비 인하로 신규변호사 부담완화 등의 제안을 만들어 변호사회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WHO IS] 1952년생인 조동용 변호사는 일제 강점기 만주에서 장사를 했던 부친의 넷째로 전쟁 중 함경도 명천에서 태어났다. 살길을 찾아 강원 해안을 따라 내려온 가족은 속초에 정착했다. 속초고를 거쳐 장학금을 받고 건국대 법학과에 진학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수료한 뒤 강원지역 변호사로 30여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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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장윤정(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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