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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공감!문화재] 오감만족의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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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남 순천의 고인돌공원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청동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문화 행사에 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실제 청동기시대 사람들처럼 움막집에서 직접 토기를 구워보는 등 당시 생활을 체험해보는 행사였다. 이러한 행사는 단지 외우기만 했던 역사를 손으로 만지는 역사로 탈바꿈시키고,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무척 유익한 교육이다.

문화재 체험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흐름은 비단 호기심 많은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학계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학계에서는 체험의 측면을 넘어서 ‘실험 고고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적인 역사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도된 분야는 ‘식(食)문화’다. 인간이 음식을 조리해 먹기 위해 처음 발명한 것은 바로 ‘토기’다. 우리의 선조들은 오랜 세월 토기에 무언가를 넣어 삶거나 끓여 먹었을 것이다. 학자들은 각각의 토기 모양별로, 크기별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세밀하게 연구했다.

한 가지 에피소드는 삼국시대 대표적인 솥인 ‘장란형 토기’(사진)라는 토기를 부뚜막에 올려 쌀을 넣고 밥을 지어먹는 실험을 했는데, 매우 맛있는 밥이 만들어졌다. 흙물이 새어 나오는 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깨지는 것도 즐거웠지만, 더 대단한 발견(?)은 이것이었다. 실험 토기와 실제 유물로서의 장란형 토기를 비교해 보니 이 토기는 밥을 지어먹었던 용기가 아니라 물을 끓이는 전용용기였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장란형 토기 내면에 어떠한 흔적도 없었지만, 밥을 지었던 실험용 토기에는 내면의 표면이 검게 그을려져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체험 교육으로든 학계에서의 실험 고고학으로든 매우 다양한 형태로 우리가 역사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기회가 다양해지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매년 다양한 문화재 체험 교육을 지원하고 있어 아이들과 어른들도 함께 역사 속 선조들과 즐겁게 조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지선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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