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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금융인사이드]금융협회 넘버2 ‘공백’ 한달째...“안 뽑나 못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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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회사의 이익단체인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의 2인자 자리 공백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선에 나서야 하는 협회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협회 고위직 장기 공백에 따른 업무 차질 우려와 함께 업권 스스로 관치금융의 그늘에 안주하려는 기존 관행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의 부회장 및 저축은행중앙회의 전무이사 자리는 한달째 공석이다. 전임자였던 이기연 여신협회 부회장는 지난달 21일, 정이영 저축은행중앙회 전무는 지난달 24일 각각 3년 임기를 마치고 협회를 떠났다. 이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모두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신협회는 부회장을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뽑고, 저축은행중앙회는 전무이사를 회장 추천을 거쳐 총회에서 확정한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선임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협회가 2인자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협회 관계자는 “관계 당국과 소통을 해야 한다”며 “더 급한 이슈가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더 급한 이슈’란 금융당국 수장 인선과 그에 따른 연쇄 인사 이동으로 풀이된다. 당국과의 소통이라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금융위나 금감원 몫의 ‘낙하산 자리’를 남겨둬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전임자였던 이 전 부회장과 정 전 전무는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등 6대 금융협회의 ‘2인자’ 자리도 모두 관료나 금감원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없진 않다. 금융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업권에서 선임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관이나 금감원 출신이 당국과의 소통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국 눈치보기 과정에서 생기는 업무 공백이다. 금감원 출신에 목을 매고 있다면 협회 ‘넘버2’ 공석이 마냥 길어질 수도 있다. 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금감원장 선임이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는 한국금융이 청산해야 할 적폐 중의 하나”라며 “조직 내부의 기를 살려주고 시장 자율성을 북돋워준다는 차원에서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관치금융 근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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