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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우디 껴안으며 이란 맹비난…트럼프, 중동 편가르기 아슬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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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 대립 첨예한 중동서…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시작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 간 외교관계를 확연하게 갈라놓고 있다. 우방 사우디아라비아 및 인근 국가들과는 화합을 도모한 반면 전임 오바마 정부 때 역사적인 핵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급속도로 개방에 나섰던 이란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등을 돌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 국가들은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 국가라는 점에서 위험한 종파 편가르기 외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판매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적대적 관계인 이란을 압박하는 무리한 외교라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 이슬람-미국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하고 "모든 양심적인 나라는 이란을 고립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대테러전은 선과 악의 싸움"이라고 규정한 뒤 이란을 겨냥해 "종파 갈등과 테러의 불길을 부채질하고 파괴와 혼돈을 확산하는 무장 조직에 돈과 무기,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연임을 확정한 후 "이란은 대선을 통해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길을 택했다"면서 개방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란은 개방을 원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 진영 국가들을 향해서는 취임을 전후해 보였던 반(反)이슬람 행보와 대조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며 화합을 도모했다.

33분간 연설하는 동안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테러리즘이 전 세계에 퍼졌지만 평화로 가는 길은 바로 여기 신성한 땅, 중동에서 시작된다. 미국은 여러분 편에 기꺼이 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극단주의와 본연의 이슬람을 구분함으로써 무분별한 '이슬람 포비아'를 경계했다.

이날 트럼프 연설에 모인 55개국 이슬람 국가 대부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을 받는 수니파 진영이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두고 무기 판매와 투자 유치를 위한 억지 행보라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100억달러 무기 구매 계약, GE와 120억달러 합작사업 등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임기 내내 대치했던 조지 W 부시 전 정부 시절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란이 역사상 가장 친서방·개혁적이라고 평가되는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이었다는 점도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수도 예루살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의 공관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이란은 테러리스트와 무장조직에 대한 자금과 훈련, 장비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한목소리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잇따라 방문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평화회담 재개를 위한 신뢰 구축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고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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