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北리스크' 엔고냐, 엔저냐…엔화 향방 '오리무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엔고냐, 엔저냐."

일본에서 북한 리스크에 따른 엔화 환율 향방을 놓고 관측이 엇갈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현재로선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단행하면 엔화 매수세에 힘이 실려 엔화 강세(엔고)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대북 압력 강화, 이에 대응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 올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조건반사처럼 엔화 매수에 따른 엔화 강세 흐름이 이어졌다. 일본은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엔화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유사시 해외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이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팔고 일본으로 엔화를 집중시킬 것이라는 전망 아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선제적으로 엔화 매수에 나서는 게 보통이었다. 이 결과 엔화 강세, 달러 약세 흐름이 돋보였다.

지난 14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엔고 흐름이 반복됐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전날 미사일 도발에 나서자 이날 오전 111엔선이던 엔/달러 환율은 한때 110엔대로 밀렸다.

머니투데이

엔/달러 환율 추이(단위: 달러당 엔)/그래프=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모로가 아키라 일본 아오조라은행 시장상품부 부장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광역경제활동이 침체하는 등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북한 리스크는 '유사시 엔 매수' 이론에 부합한다"며 "미국과 북한의 전투가 벌어져도 즉시 엔 매도세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쿠다 히데노부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 주임도 북한 리스크가 엔화 매도와 이에 따른 엔화 약세(엔저)로 직결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신문 기사 비중을 근거로 북한 리스크의 크기를 나타내는 '북한 리스크 지수'를 개발했는데 이 지수는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수준을 넘어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1994년 수준에 육박했다. 도쿠다는 그럼에도 일본 열도가 직접 피해를 볼 위험이 커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북한 리스크에 따른 엔저 흐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토 유지 크레디트아그리콜 외환부장은 '유사시 엔화 매수'가 교과서적인 설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도 '유사시 달러 매수'라는 정설을 뒤엎고 급격한 달러 매도세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사토는 북한 리스크가 일본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면 엔화 매도세가 불거질 것으로 내다봤다.

칸다 타쿠야 일본 가이타메닷컴종합연구소 조사부장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도쿄에 떨어져 수도 기능이 타격을 입는 사태가 발생하면 엔화 매도 흐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일본 경제 등에 타격이 있으면 이에 따른 엔화 매도가 더해져 '일본 매도'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북한 리스크가 엔고로 이어질지, 엔저를 유발할지 시장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일본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일본 열도가 직접 피해를 본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 북한 리스크에 따른 엔화 환율 향방도 종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신문은 투자자들이 지금까지의 경험법칙을 따르지 않는 엔화 환율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