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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전 문체부 1차관 "대통령 관심사항보다 블랙리스트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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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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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출석하지 않아 강제구인장까지 발부된 김희범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6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5.22/사진=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업무에서 대통령 관심사항보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업무가 더 중요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공판 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은 취지로 답했다.

김 전 차관은 주 애틀랜타 총영사관 총영사로 근무하던 2014년 7월 김 전 실장의 전화를 받고 귀국해 문체부 1차관에 취임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 전 실장으로부터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차관이 작성한 업무 인수인계서를 공개했다. 김 전 차관이 전임자인 조현재 전 차관에게 업무 내용을 전달받은 문건이다. 해당 인수인계서에는 총 4가지 인계 사항이 적시됐는데 대통령의 관심사항보다 '블랙리스트' 내용이 명시됐다.

김 전 차관은 특검이 "블랙리스트 이념 문제가 대통령의 관심사항보다 먼저 기재할 정도로 중요하나"라고 묻자 "전임자가 그렇게 얘기했기 때문에 저 또한 그렇게 알았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을 선정하는데 이념이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장 인사 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긴밀해 조율해 성향, 이념문제를 차질 없게 점검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법정에서 취임 직후 청와대에 방문해 '블랙리스트'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동안 재판에 나온 증인들이 '블랙리스트'란 단어가 당시에는 없었고,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알았다고 진술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는 진술이다.

김 전 차관은 특검이 "블랙리스트를 알게 된 경위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그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청와대 교문수석실의 김소영 비서관을 만났을 때 처음 말해줘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가 튀어나와 제가 많이 당황해 더는 대화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그와 별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이념문제에 청와대가 민감했고, 그와 관련한 일을 하는 직원들도 예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 전 차관은 재판부가 증인 출석을 요구했으나 출석하지 않아 구인영장 발부를 통해 증인 신문에 나왔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 중 최초로 구인된 사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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