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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기가인터넷에 에너지-헬스케어 결합… ‘똑똑한 네트워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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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스쿨도 주목한 KT ‘기가토피아’ 전략

동아일보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9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메모리얼홀에서 차세대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지능형 네트워크 사업에 대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기가토피아(GiGA Topia)’는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giga) 인프라로 연결된, 활성화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뜻한다.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과 5세대(5G) 모바일 인프라를 기반으로 통신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스마트 에너지, 통합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이종(異種) 산업과의 결합을 추구한다.

앞으로 인류의 삶을 지배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KT의 ‘기가토피아’ 전략이 최근 미국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의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선정돼 HBS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소개됐다. 경영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전 세계 기업들의 우수 경영 사례를 엄선한 HBS의 케이스 스터디는 경영대학원 학생 등을 위한 교육 및 토론에 활용된다. 또 다양한 대학과 연구소 등의 교육이나 벤치마킹 자료로도 사용된다.

‘KT의 기가토피아 구축하기’란 제목으로 셰인 그린스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 디지털 연구소장·IT 경영학장 등 공동 연구진이 집필한 KT 케이스 스터디의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 KT, ‘네트워크의 힘’으로

2014년 영업 손실이 9000억 원에 달했던 KT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해 초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가토피아’ 구축 전략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2014년 10월, 향후 10년간 기가토피아 관련 연구개발(R&D)에 4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한국의 통신시장은 매출과 이익 모두 정체되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하지만 황 회장과 임직원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미래 산업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KT는 몇 해 전 3G(3세대)에서 4G(4세대) 통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기에 사업 추진에 필요했던 주파수 확보에 실패하고 시장 경쟁에 늦게 뛰어드는 우를 범했다. 당시 타이밍을 놓쳤던 이유는 10억 달러가 드는 신규 주파수 확보 자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저렴하게 주파수를 확보해 신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6개월 만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잘못된 결정이었다.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 데는 무려 2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판단 착오에 따른 대가는 컸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카카오, 아마존, 구글 등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사업자들은 자체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구축하며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KT의 수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 등을 지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 문화 혁신을 선결 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업, 권한 위임을 강조했다.

한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네트워크 혁신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황 회장은 네트워크 고도화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 내에 미래융합사업부를 설립하고 팀원들에게 신시장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팀원들은 시장 매력도와 ICT 융합 수준 분석을 통해 스마트 에너지, 융합보안, 네트워크 트랜스포테이션(커넥티드카),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를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 기가토피아로 간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황 회장은 KT의 서비스를 ‘덤프 파이프(Dump pipe·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단순한 네트워크)가 아닌 5G 기반의 ‘인텔리전트 네트워크’로 혁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모두 ‘기가토피아’ 실현을 위한 수순이었다.

황 회장은 기가토피아에서는 5G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기에 5G를 선도해 최초로 상용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KT 내 네트워크 부서와 R&D센터가 긴밀히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이 두 부서는 전사적인 지원 속에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기가 인터넷이었다. 획기적인 속도 개선을 핵심 가치로 하는 기가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한 후 KT는 가입자 기반을 크게 확대시켰다. 실제 기가 인터넷 가입자는 2015년 1월 10만 명에 그쳤지만 2016년 말에는 240만 명, 2017년 3월 28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KT는 2015년 3월 기가 와이파이도 선보였다. 삼성전자 등 TV 제조사가 초고속 인터넷을 필요로 하는 UHD TV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기가 와이파이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역시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HBS 연구진은 기술성장 절벽에 빠진 통신기업이 R&D 혁신을 통한 네트워크 본연의 가치 제고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가토피아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연구진은 특히 ‘혁신을 통한 시장 견인(market-pull with innovation)’으로 요약되는 황 회장의 경영 철학을 집중 조명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경영 철학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위기 타개를 위해 기술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며 “결국 기술을 시장으로 밀어내기(push)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고객을 끌어들이려는(pull)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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