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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블랙리스트 긁어부스럼” 우려에…김기춘 “우리는 극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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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법정에서 증언

박 전 대통령 “편향적 지원 안돼” 지시

“대통령, 지원 사업 관련 불만스러워해”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정치적 성향이 다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정황이 16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공개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가 문제 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우리는 극보수”라며 강행을 주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이날 열린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등의 재판에서 김 전 장관은 2015년 1월9일 박 전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한 상황을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다짜고짜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잘못된 영화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한다. 건전콘텐츠(블랙리스트)를 잘 관리하라’고 말한 적 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건전콘텐츠라고 콕 찍어 말하진 않았지만 ‘보조금 집행이 잘 돼야 한다. 편향적인 데 지원되면 안 된다’고 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틀 뒤인 그해 1월11일엔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김 전 장관에게 “문체부 예술지원 사업 관련 건전콘텐츠를 잘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거듭 지시를 내린 이유와 관련해 “문체부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지만, (원하는대로) 집행이 잘 안 돼 박 전 대통령이 불만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또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가 문제 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밀고 나가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10월 김 전 실장 공관을 찾아가 ‘건전콘텐츠 활성화 티에프(TF)’에 대해 보고하자 김 전 실장이 흡족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이 “(특정 문화예술인을) 지원 배제할 경우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고 하자, 김 전 실장은 “우리는 그냥 보수가 아니고 극보수다.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했다고도 증언했다. 반면 김 전 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김 전 장관은 덧붙였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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