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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예술위 관계자 "김기춘 만나 토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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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민심 반하는 명령이었다"]

머니투데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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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가 당시 업무와 관련한 부조리함 등을 토로했다. 특히 관련 업무 지시자로 지목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도 털어놨다.

전직 예술위 창작지원본부장 장모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진행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 말미 "블랙리스트 명령을 처음 수행했던 부서장으로서 말을 하고 싶다"며 발언 기회를 얻었다.

장씨는 미리 준비한 편지 형식의 글을 읽었다. 그는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순리에 맞는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은 바로 민심에 따르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명령은 실천하기 쉽다"며 "2015년 지원배제 리스트는 온전한 이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한, 민심에 반하는 명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술인들을 잘 도울 수 있는 창작지원부장 자리는 기쁨이자 자랑이었으나 배제 리스트가 시작된 이후 고통이자 슬픔의 자리로 변했다"며 "지원 심의에서 결정된 사업을 되돌려야 하는 명령 등을 실행하며 이 같은 현실의 대한민국이 슬펐다"고 토로했다.

장씨는 특히 김 전 실장에 대해 "오래 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을 법정이 아닌 배제 리스트가 한창일 때 만나 왜 이것이 말이 안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토론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아쉽게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또 "어쩌면 김 전 실장도 피해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며 "오랜 군사독재 시절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없었다면 보통의 국민으로 박근형과 이윤택, 고선웅, 한강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언제든 박근형의 '청춘예찬',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 고선웅의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씨는 이날 예술인들과 예술위 직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가야 하지만 부당한 명령에 보폭을 줄이려 노력했다. 죄송하다는 말의 값을 잃어버린 시대에 예술인들의 기대에 새롭게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당시 함께 근무한 직원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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