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9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8일 재판은 '자료의 홍수'를 방불케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 모두 방대한 분량의 각종 자료를 쏟아내며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9회 공판에서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대상으로 다양한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2시간에 걸쳐 공개했다.
특검은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이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그동안 전화한 수십 여건의 통화기록과 함께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특히 김 전 팀장이 김 전 부위원장의 자택 부근인 경기도 분당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사실을 설명하면서 식당명은 물론, 사진과 지도까지 첨부했다.
특검은 또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이 오고 간 문자도 내놨다. 박 전 사장은 2015년 11월쯤 현 전 수석에게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과 같이 보고 싶다. 시간을 내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는 특검이 주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해 7월 독대하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지원키로 하고 삼성물산의 합병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는 시기로부터 4개월 후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을 도와주기로 했다면 굳이 장 전 사장과 박 전 사장이 현 전 수석을 만날 이유가 없었던 시점이다.
특검은 이런 식으로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가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은 공정위가 이미 결정한 것을 삼성이 로비와 청탁에 의해 결론을 바꿨다고 말하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다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된 수십여 개의 시나리오를 슬라이드 6장으로 압축해 한시간 넘게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 변호인은 "방대한 내용을 너무 빨리 설명하는 것 같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도 공판 도중에 "공정위 처분이 옳았는지 재판하는 게 아니다", "취지는 충분히 알아들었다" 등의 발언을 통해 지나치게 자료에만 매달리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 변호인은 또 공정위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석 모 사무관이 해당 건이 아니더라도 다른 업무로 청와대와 수시로 메일을 주고받은 내용을 여러 개 공개하며 "이것이 바로 삼성이 로비와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사례"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종중 전 팀장이 김 전 부위원장에게 2015년 11월17일 일식집에서 넘겼다는 서류에 대해서는 "삼성이 의뢰한 로펌의 일반적인 법률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상진 전 사장과 현 전 수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삼성 측 변호인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날도 공판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재판 도중에 평소 착용하는 안경을 벗은 상태로 서류를 자세히 살펴보며 변호인과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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