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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선후보들의 규제강화 한목소리에 `사면초가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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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대기업이 새 정부에서는 개혁의 주요 타겟이 돼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요 대선후보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재벌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배구조·거래행태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칼날을 벼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재벌, 특히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주주 권한을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전자투표·서면투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쉽도록 만든 장치다. 전자투표제는 말 그대로 주총장에 오지않고도 찬반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계적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약속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되 상법을 개정하는 것보다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홍 후보는 전자투표제만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가 위법행위로 회사에 손실을 입힐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해 자회사 경영진에 소송을 내는 다중 대표소송제도는 문·안·홍·유·심 후보 모두가 도입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소송 요건인 자회사 지분 비율에 대해서는 각 후보간의 이견이 있다.

다섯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약속했다. 현재 가맹거래법·하도급법·개인정보법 등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범위를 넓히고 배상 한도도 현행 3배에서 10배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후보들은 지배구조 규제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기존에 있는 순환출자마저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던 문 후보는 이를 10대 공약에서는 배제하면서 온건적으로 선회했지만 여전히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비율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안 후보도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심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부활시키고 재벌 3세 경영세습을 금지하는 등 지배구조 규제에서 가장 강력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극단적인 규제책도 나오고 있다. 안·심 후보는 공정위가 독과점 기업에 대한 징계로 분할을 강제할 수 있는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천명했다.

후보들이 연이어 대기업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재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아직 회복단계가 아니고 리스크가 높은 상태에서 사전·사후규제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자칫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각 후보측에 전달한 정책건의서에서 "지나친 지배구조 규제로 투자는 물론 고용창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주주권한 강화로 해외 투기자본이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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