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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5월의 전주, 영화狂들로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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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58개국 229편… 역대 최대 규모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가 27일 오후 7시 전북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설치된 야외 상영장 '전주 돔'에서 개막했다. 세계 58개국 229편(장편 179·단편 50)이 상영되는 역대 최대 규모. 지난 13일 사전 예매 시작 뒤 하루 만에 작년의 두 배인 80여 작품이 매진됐다. 징검다리 연휴가 겹친 내달 6일까지 열흘간, 전주가 영화광들로 들썩인다.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어두운 극장에서 함께 꾸는 꿈을 영화라 부른다면, 개막작인 헝가리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감독 일디코 에네디)은 영화제의 문을 열기에 맞춤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조선일보

올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헝가리 영화‘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감독 일디코 에네디). 직장 동료인 남녀가 같은 꿈을 꾸면서 벌어지는 교감에 대한 영화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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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팔을 못 쓰는 남자는 오래 욕망을 끊고 살았고, 여자는 약한 자폐증으로 사람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소 도축장에서 직장 상사와 직원으로 함께 일하던 이들이 언제부턴가 밤마다 같은 꿈속에서 사슴이 되어 만난다. '사랑 장애'가 있는 두 사람의 영혼이 교감하는 꿈속 침엽수림이 눈 덮인 동화나라처럼 아름답고, 군데군데 일상 유머를 배치한 덕에 이야기 진행도 경쾌하다. 반복해 흐르는 영국 포크 가수 로라 말링의 노래 '그가 쓴 것'(What He Wrote)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영화는 올해 초 베를린영화제에서 열광적 반응을 얻으며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에네디 감독은 "관습, 문화, 신념 등으로 분리된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제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18회째를 맞는 동안 영화제도 세상도 변화를 겪었다. 영화 속 두 남녀를 이어주는 꿈이 비현실적이고 아련해서, 오히려 현실 속 우리에게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다.

전천후 '전주 돔'선 영화+공연

올해 전주의 야심작은 기존 야외 상영장의 음향·화질 문제를 해결한 '전주 돔'이다. 관객 2000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이 전천후 돔에선 개·폐막작 등 영화 상영뿐 아니라 유럽 록밴드 최초로 평양에서 공연한 '라이바흐 밴드' 등 국내외 음악 공연도 이어진다. 풍문으로 듣던 해외 화제작과 영화제 수상작들도 풍성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펠리시테', 시리아 내 IS 점령 지역 지하 언론 기자들의 투쟁담 '유령의 도시' 등이 눈길을 끈다. 1990년대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 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 10편을 모은 특별전도 열린다. 그의 영화 '나인 송즈'는 2011년 국내 개봉 때 삭제된 10분을 복원해 무삭제판으로 상영한다.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 특별전에선 '만다라' '길소뜸' 등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을 쓴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을 조명한다. 6일 폐막작은 '워터보이즈'(2001)를 만든 일본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문명비판적 가족 재난 영화 '서바이벌 패밀리'다.

[전주=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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