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는 왜 바다로 걸어갔나?

80대 여성이 40여년전 헤어진 아들을 찾아달라며 심부름센터 직원까지 고용했으나 갑자기 안산 대부도 갯벌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10일 오전 9시 10분쯤 안산시 대부도 한 갯벌에서 ㄱ씨(83·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ㄱ씨 시신에서는 외상 등 별다른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폐에서 미량의 플랑크톤이 발견됐다”며 익사 가능성이 있다는 구두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ㄱ씨가 익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었으나 이 여성이 숨질 당시 한 남성이 동행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ㄱ씨가 숨지기 전날인 9일 밤 거주지인 성남에서 한 젊은 남성의 승용차를 타고 대부도로 온 뒤 홀로 바닷가로 향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밝혔다.

CCTV에는 이 남성이 ㄱ씨가 바다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았고, 차를 타고 왔던 길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ㄱ씨가 지난달 중순 “헤어진 아들을 찾아달라”며 300만원에 계약을 맺은 ㄴ씨인 것으로 조사했다.

ㄴ씨는 경찰에서 “지난 9일 밤 ㄱ씨가 전화를 해 아들을 만나러 미국을 가는 데 도움을 줄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대부도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어 “ㄱ씨를 모시고 대부도로 가는데 갑자기 ㄱ씨가 “잘 살아라”라고 말하면서, 5000만원을 건넸다“는 게 ㄴ씨의 주장이다.

경찰조사 결과 5000만원은 ㄱ씨 통장에 남아있던 거의 전 재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ㄴ씨가 대부도에 도착해 바닷가로 향하는 ㄱ씨를 보고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등의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유기치사 혐의로 25일 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해 석방했다.

ㄴ씨는 경찰에서 “무서워서 그랬다(되돌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ㄱ씨의 아들 3명 중 한 명에게 연락해 ㄱ씨의 시신을 인계했다.

조사 결과 ㄱ씨는 40여년전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 살아왔고, 아들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은 기각됐으나 보강수사를 거쳐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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