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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공무원이 꿈이었는데…엄마 미안" 청춘들 극단적 선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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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2.8%만 살아남는 바늘구멍…실패 후 스트레스·우울증 시달려

취준생 67% "생활비 조달 부담"…"'내몰리는 자살' 사회가 막아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세상이다.

힘겹게 입학한 대학을 졸업해도 제때 직장을 구하는 것은 선택받은 소수의 얘기다.

구직자는 넘쳐 나는데 사람 뽑는 기업은 그에 훨씬 못 미치니 20대 청춘들은 삶은 팍팍하고 고될 수 밖에 없다.

공정하게 선발하고 정년이 보장돼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응시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출신 학교도, 스펙도 따지지 않으니 그나마 해볼만하다고 여겨지는, '기울지 않은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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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일 치러진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17만2천여명이 응시,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이 되는 길은 '전생에 덕을 베풀어야 가능하다'는 우스개 얘기가 있을만큼 바늘구멍이 됐다.

35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치러진 올해 시험에서 공무원이 되는 '가문의 영광'을 차지하는 응시생은 고작 4천910명이다.

전체 응시생의 2.8%만 '간택' 받는 셈이다. 97%의 공시생은 하릴 없이 내년 시험을 기다려야 한다. 내년 시험에 된다는 보장도 없다.

한 번, 두 번 시험에 낙방한 공시생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이런 공시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5시께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A(25)씨가 목을 맨 것을 그의 어머니가 발견했다.

서울에서 올해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이날 어머니 승용차를 타고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중이었다.

어머니는 경찰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온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하려고 함께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렀는데 화장실에 가더니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2017년도 제1차 경찰 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뒤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공원에서는 B(32)씨가 나무에 목을 맨 것을 산책 중이던 시민이 발견했다.

숨진 B씨 곁에 있던 가방에서는 경찰 공무원 시험 문제집과 유서가 적힌 수첩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더는 살아갈 힘이 없다. 계속된 실패로 절망을 느낀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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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인 지난 3월 20일 전북 전주의 한 고시원에서 공시생 C(3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관리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C씨의 휴대전화에는 발송되지 않은 "엄마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C씨는 이 고시원에서 1∼2년 동안 수험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수험생활이 길어져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비좁은 공간에서 수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층 공시생은 25만7천명(현대경제연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34세 취업준비자의 68.2%가 부모나 친지에게 생활비를 일부라도 도움을 받는다. 취준생의 67.6%는 생활비 조달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0.2%가 공무원·임용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근로 활동을 하는 취준생도 68.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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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관심과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오랜 수험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면서 "증세가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내몰리는 자살'을 막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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