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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美 만성 무역적자의 불편한 진실…"소비 줄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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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드스타인 "투자 늘리되 재정적자는 축소해야"

"적자는 소비·투자의 결과…협박외교로 못 풀어"

뉴스1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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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국제 무역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다고 꾸준히 불평해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 무역남용국 조사 등 다양한 카드로 상대국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협박하는 대외 정책으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5일(현지시간) 펠드스타인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내 경제주체들의 저축과 투자 결정에 의해 결정된다며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내 저축률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줄이든지, 투자를 덜 하든지 해야 해결될 문제라는 뜻이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4500억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겪고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외국 수입 장벽과 수출 보조금은 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이 아니다. 진짜 이유는 미국인들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는 데에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무역 적자 전반은 미국 가계·기업의 저축·투자 결정에 의한 것이라며 외국 정부의 정책은 미국 무역 상대국들 사이에 무역 적자가 어떤 식으로 분배되는지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인들의 저축·투자 결정이 무역 적자를 결정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가 투자보다 저축을 늘리면 다른 국가에 판매할 여유 재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저축에서 투자를 뺀 것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것(무역수지)과 같다. 미국 제품을 위해 다른 국가 시장을 개방하거나, 외국 제품에 대해 미국 시장을 폐쇄하는 정책으로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미국은 30년 넘게 현 무역 적자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탈이 없었던 것은 외국인들이 기축통화국가인 미국에 Δ채권이나 주식을 매입하거나 Δ미국 부동산이나 Δ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입할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외국인들이 전체적으로 미국 금융 자산 수요를 줄일 경우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뛸 것이다. 이머징마켓이 외환위기를 겪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내 저축을 늘려 무역적자 축소를 가져온다. 무역적자 감소는 미국 수출업자들과, 수입경쟁업체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역적자 감소는 미국 소비를 줄여 후생을 위축시키는 한편, 생산 감소를 가져오거나 미래 소비를 위한 투자를 줄인다.

또한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서는 외국 소비자들에게 미국 재화·서비스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외국 제품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미국 수출 가격 하락과 수입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생산 규모가 물리적으로 동일하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미국 생산의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이러한 구매력 하락은 소비를 줄이게 된다. 대신 미국은 더 많은 생산량을 수출하게 된다.

무역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적자를 GDP의 1% 수준까지 줄이기 위해서는 수출 가격이 10% 떨어지거나 수입 가격이 10% 올라야 한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가격 변화 조합은 현재 GDP의 2%에 달하는 무역 적자를 축소시켜 미국 무역을 좀 더 균형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미국 수출과 수입은 각각 GDP의 15%와 12%이기 때문에 수출 가격의 10% 인하는 실질 소득(인플레이션 조정)을 1.5% 줄이고, 수입가격 10% 인상은 실질 소득을 추가적으로 1.2% 줄인다.

결론적으로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물리적 생산량을 2.5% 정도 세계로 이전해야하며, 실질가치를 GDP의 2.7% 정도 줄이는 수출,수입가격 변화가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국가 생산 수준의 변화가 없을 경우 미국인의 실질 소득은 약 5% 정도 감소하는 셈이다.

펠드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은 투자에 달려있다. 소비는 그대로인 채로 투자가 감소한 결과로 무역 적자가 줄어들면, 장기적으로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질 소득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여 무역 적자가 감소한다면, 더 높은 수준의 투자가 가능해지고 장기적으로 소득을 늘린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국 저축률 변화는 장기 실질소득 뿐 아니라 무역수지 균형을 결정하는 열쇠'라며 '다른 요인을 탓한다고 해도 이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min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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