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난무하는 ‘허위사실 공표’ 처벌 가능할까

-송민순 “北 인권결의안 사전문의” 허위여부 쟁점

-허위더라도 文 낙선 목적ㆍ허위 인식했는지 관건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2007년 UN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경위를 둘러싸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발하면서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역대 선거 때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각 후보들 간의 고소ㆍ고발이 난무했지만 재판에서 복잡한 법리공방이 펼쳐지면서 무죄가 나오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등 희비는 엇갈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을 서울중앙지검에고발했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의 문건 유출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4일 오전 법무법인 동안의 직원이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때 참여정부가 사전에 북한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으며 문 후보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이를 주도했다고 밝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법원의 판례를 종합할 때 송 전 장관의 주장이 허위인지 여부와 송 전 장관이 허위임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송 전 장관이 문 후보를 이번 대선에서 떨어뜨릴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도 허위사실 공표죄를 판단하는 데 중요 기준이 된다.

허위사실 공표죄가 인정되려면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주장한 사실이 허위로 판명나더라도 당사자가 허위인 줄 몰랐거나 상대방을 떨어뜨릴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 가능성은 높아진다.

서영교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기호 3번 전과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발언해 상대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은 서 의원의 발언이 “객관적인 사실에 배치돼 허위사실에 해당된다”고 봤다. 그러나 또 다른 요건인 ‘허위성의 인식여부’가 운명을 갈랐다.

재판부는 “실수로 불명확한 표현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발언 당시 서 의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도 1심 판결을 인정해 지난 달 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공천 탈락에 불만을 품고 당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이노근 전 의원을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배포해 기소됐지만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권 전 청장이 2년 뒤에 열리는 차기 20대 총선에서 이 전 의원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지난 2015년 6월 서울고법은 권 전 청장의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 의원의 정당 내 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강조하는 의미로 보이고, 공천심사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지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낙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권 청장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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