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으로 늘었지만, 제도적 보호장치 거의 없어
[헤럴드경제=고도예ㆍ이유정 기자] 고양이를 산채로 파묻은 한 아파트 경비원의 ‘고양이 생매장’ 사건이 지난 24일 SNS에 퍼지며 수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영상 속 고양이는 경비원 이모(64) 씨가 파놓은 놀이터 옆 구덩이에서 흙에 파묻혀 죽었다. 이 씨는 두려운 듯 고개를 드는 고양이의 머리를 삽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러나 이 씨가 실제로 재판에 넘겨져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사진=헤럴드경제 DB] |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되는 사례는 매년 늘고 있지만 막상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끔 기소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
타인의 강아지를 4층 건물 옥상에서 집어 던져 죽인 박모(61) 씨에게 지난 1월 법원이 내린 처벌은 벌금 150만원이 전부였다. 올해 2월 강아지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16층 아파트 베란다 창문 밖으로 던져 죽인 유모(62) 씨는 벌금 700만원에 처해졌다. 경합범에다가 집행유예 기간 중 저지른 범행으로 그나마 높은 벌금이 나온 것이다.
징역형이 나오는 건 이례적이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나는게 일반적이다. 훔친 진돗개를 잡아먹으려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인 구모(68) 씨에게는 지난 5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여자 친구의 고양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몰래 때려죽인 배모(34) 씨 역시 지난 13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동물보호법 규정을 위반했는데도 대다수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올해 들어 재판이 이뤄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7일 현재 약 20여건으로 파악됐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매일 버려지는 유기반려동물만 250마리, 원인 모르게 사라지는 반려동물도 어마어마한 수준이지만 제도적인 보호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 규정이 까다롭고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이상 동물보호법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 실종됐다가 마을 주민들에게 잡아먹힌 것으로 드러난 잉글리쉬 쉽독 ‘하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지난 3월 30일 모 마을주민 4명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마을 주민들이 하트를 발견했을 때 하트가 살아있었고 직접 도축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에게는 점유이탈물횡령죄만 인정돼 운전자 30만원, 취식자 3명 50만 원씩 총 18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 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학대 행위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지난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내년부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준이 조금 강화된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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