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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희귀질환 아이 엄마의 다짐…저는 강한 엄마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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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7 나눔꽃 캠페인 멜라닌세포 모반증 앓는 최윤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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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뱃속에서 소풍을 나온 지 갓 8개월째인 아이는 낯선 사람의 방문이 신기한 듯 두 손으로 벽을 짚고 말랑말랑하고 뭉툭한 무릎에 힘을 주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을 기자의 눈에 맞추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꼬물거리는 아이의 입술 앞에 첫인사를 건넸다. “윤호야, 안녕.” 아이는 웃었다. 최윤호(1)군과 어머니 윤아름(28)씨를 충남 서산시 자택에서 지난 20일 오후 만났다.

아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의 다리와 온몸은 갈색빛의 점으로 뒤덮여 있었다. 최군은 온몸이 점으로 뒤덮여 살과 근육이 제대로 생기지 않는 선천성 멜라닌세포 모반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몸통은 온통 갈색빛이다. 살보다 점이 피부를 더 많이 덮고 있어서 마치 흑갈색 크레파스로 피부를 칠한 듯하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최군은 아직 자신의 몸이 왜 이런지 알지 못한다. 그저 아프면 울고, 졸리면 자고, 깨어나 잠시 웃다가, 다시 아프면 운다.

온몸을 뒤덮은 점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어 아이를 괴롭힌다. 엄마 속은 아이의 피부를 뒤덮은 점처럼 어둡게 타들어간다. “아이가 밤새 몸을 긁으면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엄마로서 힘들어요. 칭얼거리다가 몸을 긁고 잠들고 그래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로션을 발라주는데 말라버리면 또 힘들어해요.”

선천성 멜라닌세포 모반증은 피부 밑에 비정상적인 색소침착이 이뤄지는 병이다. 멜라닌세포 계통에서 유래한 피부 양성 종양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점이 이것인데, 피부 곳곳을 뒤덮을 정도로 자라 있으면 치료가 필요하다. 선천성 세포성 모반은 신생아 100명 중 1명이 갖고 태어나는데 최군은 가슴과 등, 다리, 뇌, 항문 전반에 걸쳐 모반이 퍼져 있어 꽤 심각한 편이다.

“뇌 속에도 점이 있어요. 그게 크게 되면 뇌 성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병원에서 설명하더라고요. 점이 계속 커져 척추 신경까지 건드리면 사지를 못 쓰게 될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윤씨가 칭얼거리는 최군을 두 손으로 보듬으며 말했다.

병원의 설명으로는, 최군의 뇌혈관에도 모반이 생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풍이 올 수 있다. 등에는 딱딱한 섬유종이 있다. 악성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어 초음파 검사와 한번에 수십만원씩 드는 엠아르아이(MRI) 검사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최군은 지난해 8월 병원에서 태어났다. 최군의 아버지는 사회복지 쪽 일을 하는 9급 공무원이다. 윤씨 역시 사회복지사 일을 했고 지금은 전업주부다. 언뜻 보면 아이 치료에 문제가 없을 경제력 같다. 하지만 윤씨는 “아빠 월급이 각종 수당을 모두 합해 250만원 정도인데 앞으로 아이가 수술을 받으면 3500만원 이상 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아이에게는 점이 뒤덮고 있는 피부 자리에 살이 자라나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맨살 밑에 식염수를 넣고 피부를 풍선처럼 부풀렸다가 빼는 일을 반복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병원 설명으로는 최소 일곱 차례 수술해야 하는데 한 회당 500만원이 들 거라고 한다. 그걸로 끝이면 좋겠지만 아이는 계속 이런저런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 틀림없다. 모반의 규모가 너무 커 사실상 완치는 어려우리라는 게 병원 설명이다. 가정의 소득에 견줘 아이 치료비가 너무 많아 최근 동주민센터는 윤씨 가정을 차상위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했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낯선 아저씨가 손으로 두들기는 노트북이 신기했는지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와 뭉툭한 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살을 덮고 있는 거대한 점 탓인지 피부가 마치 카스텔라처럼 누르면 푹푹 들어갔다. 근육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나중에 걸을 수나 있을까 걱정이 몰려오던 차에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볼로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비교적 차분하게 인터뷰하던 윤씨의 눈가에 갑자기 주렁주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엄마는 고통 앞에 솔직했다.

“제 자신이 약해질까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 너무 힘들면 다 포기하고 싶어질까봐. (울먹) 아기가 살아갈 날 생각하면 너무 걱정되고. (울먹) 제가 책임져줘야 하는데.”

윤씨는 ‘용감한 엄마’가 되고 싶다. 아픈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아이가 끝까지 최선의 치료를 받도록 몸이 부서지도록 돌아다니고 싶다. 에스엔에스(SNS)로 아이의 소식을 알리는 것도 그런 일의 일환이라고 한다. “블로그 등을 많이 해요. 윤호 병원 가고 결과 받은 소식 올리면 사람들이 응원을 해줘요. 큰 힘이 돼요.”

윤호 아버지가 넉넉하지 않은 소득 탓에 미안해하면 윤씨가 다독인다. “이렇게 아픈 애여도 우리가 보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우리에게 온 거라고 남편에게 말해줘요. 그런 대화를 하면 저를 되돌아보게 되고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아프면 가정도 아프다. 부모에게는 우울증이 쉽게 찾아오고 가정의 평화가 흔들린다고 복지단체 관계자는 말했다. 아이를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모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그러나 윤씨의 가정은 아프지 않고 화목해 보였다. 윤씨는 스스로 채찍질해왔다.

“엄마만 용기를 잃지 않으면 아이는 버텨요. 수술을 하면 엄마는 우는데 정작 아이들은 더 담담하더라고요. 우리 애기 조직 검사할 때,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애한테 면도칼 같은 것으로 피부에 안 좋게 드러난 부분을 도려냈어요.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짧은 순간, 내가 지금 울면 나중에 아무것도 못 한다 싶어서 꾹 참았어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처럼 윤씨에게 힘을 주고 싶어하는 이웃들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웃의 배려로 최근 특수 어린이집 조리실 식당에서 오전에 4시간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일하는 공간이 어린이집이라 근무 중에도 윤호와 계속 붙어 있을 수 있다. 한달 20만~30만원이라도 아이의 약값을 보태게 된 것이 윤씨의 삐걱거리는 마음을 붙든다.

윤씨는 아픈 최군을 위해 하늘이 의젓한 형도 선물해준 것이라 믿는다. 윤호에겐 다섯살 터울의 형이 있다. “첫째가 동생을 아주 좋아해요. <교육방송>(EBS)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친구들은 걱정이 있나요?’라고 묻는데 아이가 ‘제 동생이 수술받는 게 걱정이에요’라고 혼잣말을 하더라고요. 아기가 건조해진 피부를 손으로 긁으면 직접 로션도 발라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동생아, 아프지 마’라고 말해요.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첫째한테 큰 위로를 받아요.”

윤씨는 아이가 커서 이날 인터뷰한 기사를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하며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아가, 너무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이렇게 잘 따라와줘서 기쁘고 이겨내줘서 고마워. 너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로 엄마가 언제든지 너의 방패막이 되어줄 테니 우리 행복하게 잘살자.”

최군을 품에 안은 윤씨의 눈에서 맑은 물이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최군은 “웅마, 웅마”하며 엄마를 위로하듯 옹알이를 했다.

서산/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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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s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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