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비리 의혹을 언론에 제보해 박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의 단초를 제공한 고영태(41·구속)씨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지난 14일 검찰에 구속됐다.
고씨 변호인은 26일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방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검사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준항고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절차로 법관이 행한 일정한 재판이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하는 신청을 뜻한다.
고씨 변호인은 “검찰이 지난 22일 오후 고씨를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씨 옆에 앉은 변호인을 막무가내로 뒤로 물러나 앉게 했는데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담당 부장검사가 고성을 지르기도 했는데 이 또한 피의자는 물론 조사에 참여하고 피의자를 조력하는 변호인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앞서 고씨 변호인은 검찰이 고씨를 체포한 직후 “스스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려 했는데 검찰이 부당하게 체포했다”며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선배 김모씨를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고씨가 돈을 받은 뒤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씨를 통해 인사청탁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무관이 승진을 부탁한 김씨는 인천본부세관장에 기용됐다.
고씨는 또 지인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은 사기 혐의와 불법 인터넷 경마 도박장 운영에 관여한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4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고씨를 구속수감했으며 조만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고씨는 한때 최씨의 최측근으로 최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 이사를 맡기도 했으나 다툼 끝에 완전히 갈라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씨는 언론에 최씨 관련 의혹을 제보했고 이것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비화해 최씨는 물론 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는 초대형 사건으로 비화하며 고씨는 ‘의인’으로 부상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씨를 따돌리고 K스포츠재단 운영권을 독점하려는 고씨가 벌인 기획성 폭로극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이라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고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를 촉구해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