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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풀프레임에 갇혀있던 디지털 카메라 포맷을 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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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기] 후지필름 GFX50S

디지털카메라는 일부 프로급 모델을 제외하면 스마트폰에 밀려 점차 소멸해 가는 추세다. 콤팩트카메라는 이미 여러 브랜드가 포기선언을 했고 일부 DSLR 카메라와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 그리고 몇 종의 하이엔드 카메라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상업 사진을 제외하면 대부분 PC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사진을 소비하는 상황에서 일반의 눈에는 성능 좋은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차이가 느껴지기 어려운 탓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초 등장한 후지필름 GFX50S는 확연히 눈에 띄는 존재다. 35mm 풀프레임 DSLR 정도의 크기와 무게에 중형 포맷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제품이다. 단, 기존 제품들이 수천만 원대를 호가한데 반해 GFX50S는 렌즈를 포함 천만원대 초반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다. 소니가 백만 원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로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대중화 시키는 데 포문을 열었다면, 후지필름은 중형 포맷 카메라의 대중화에 포문을 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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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저렴해 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가인데다 중형 포맷이라는 미지의 존재라서 리뷰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GFX50S를 GF 63mm F2.8R WR과 함께 사흘간 사용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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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중형 포맷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스튜디오 혹은 그에 준하는 환경을 염두하고 만든 상업용 카메라다. 즉, 준비된 환경에서 촬영했을 때 최고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워낙 판형이 큰데다 고화질이기 때문이다. GFX50S는 5천만 화소에 해상도는 8256x6192에 달한다. 센서 크기는 35mm센서 대비 약 1.7배, 보급형 DSLR에 사용하는 APS-C 센서의 4배 크기다. 아무리 기동성이 좋다고 해도 물리적인 한계로 인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진 한 장에 수록되는 데이터양도 엄청나서 AF, 연사 등에도 제약이 생긴다.

GFX50S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담 없이 들고 다닐만한 카메라로 사진 애호가라면 탐을 내도 좋다. 적당한 크기에 렌즈를 붙이고도 2kg이 채 되지 않는 무게로 휴대가 편하다. 기대 이상의 AF 속도와 대형 LCD, 탈부착형 EVF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촬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어 야외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디와 렌즈 모두 신뢰할만한 방진방적, 방한 성능을 지원해 극한 환경에서의 촬영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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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차 들렸던 교토를 잊지 못해 한 달 만에 다시 교토를 찾았다.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3월 말이지만, 이런 저런 일들을 모두 마치고 간신히 마지막 저가항공을 잡을 수 있었던 때가 4월 첫 주였다. 머무는 사흘 내내 비가 오락가락해서 아쉽긴 했지만, 폭우만 아니면 카메라가 젖을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어 마음껏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사용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게였다. 탈착식인 전자식 뷰파인더를 제외하면 보급형 DSLR 카메라 수준으로 한 참 동안 들고 돌아다녀도 손목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LCD는 야외에서도 시안성이 좋은 편으로 터치 AF까지 지원해 촬영이 편리했다. 해가 갑자기 뜨는 경우에만 EVF를 사용했다. 별도의 틸트 액세서리를 부착하면 수평에서 수직까지 다양한 각도로 촬영이 가능해서 활용도가 높다. 다만 액세서리 무게가 상당한 편이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사용하라고 추천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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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크롭. 접사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까지도 표현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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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방법은 보통의 카메라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유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흔들림이다. 모든 사진의 주적은 흔들림인데, 다행이 미러리스 카메라인 GFX50S는 미러쇼크는 없다. 하지만 판형이 워낙 대형인데다 손떨림 보정 기능을 바디와 렌즈 모두 지원하지 않아서 셔터 속도가 낮으면 아무리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사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삼각대를 사용했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셔터 속도를 1/180 이상으로 고정해서 촬영했다.

중형 포맷에 대한 결정적 질문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결국 화질이다. 단순이 숫자만 놓고 보면 당연히 더 거대하고 세밀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에 비례해서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픽셀에 담을 수 있으니 색, 계조 등도 눈에 띄게 달라진다. 물론 그에 준하는 모니터를 사용했을 때 얘기다. 해상도와 색감이 모두 지원되는 고사양의 모니터를 사용해야만 중형 포맷으로 촬영한 사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고 후보정도 가능하다. 지금 이 글과 함께 보여주는 사진도, 실은 GFX50S의 진짜 실력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다. 겨우 가늠해 보는 정도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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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중형 사진의 장점을 하나 꼭 집으라고 한다면 압도적인 크기와 해상도를 말하고 싶다.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에서 사진을 열어보면 상상 이상의 세밀한 표현에 놀라게 된다. 또 워낙 해상도가 높다보니 어느 부분을 잘라서 사용해도 사진의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사진사가 누릴 수 있는 자유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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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1/240sec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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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8 1/350sec ISO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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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표현력은 공간감을 극대화 시킨다. 고해상도 고화질 TV가 3D TV의 몰락을 가져온 것도 같은 이유다. 피사체가 세밀하게 그려질수록 공간과 떨어져 보이기 때문에 공간감이 배가된다. GFX50S로 촬영한 원본 사진을 보고 있으면 현장감이 굉장하다. 마치 일반 영화와 아이맥스 영화의 차이처럼 생생함이 차이가 난다.

어둡고 밝은 부분을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4비트 RAW를 지원하는 GFX50S는 밝고 어두운 부분을 14단계에 걸쳐 표현할 수 있다. 언뜻 수치로만 보면 어려운 부분이지만, PC 모니터의 밝기를 조종해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밝고 어두운 부분은 14단계씩 조종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후보정 시 무한대에 가까운 자유도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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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1/210sec IS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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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가 워낙 높아 필요한 부분을 원하는 대로 잘라내도 화질에 손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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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포맷 이야기를 꽤 했는데 GFX50S에만 집중해 보자. 분명 커다란 포맷임에도 휴대할만한 크기로 만든 부분은 인정받을 만하다. 하지만 핫셀블라드처럼 날렵한 모양새는 아니다. 스웨덴과 일본의 감수성 차이라면 할만은 없지만, 자사의 X 시리즈와 비교해도 조금은 굼뜬 듯한 두툼한 바디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3방향 틸트 LCD와 상단 보조화면 등 프로 사진사가 필요한 다수의 기능을 얻은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배터리도 오래간다. X-T2에 사용하는 배터리 보다 2배가량 큰 크기로 종일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리뷰해도 끄떡없다. 심지어는 스트랩을 연결하는 부품도 완성도와 내구성이 상당하다. 가격에 준하는 수준을 보여주며 탈착이 편리해서 수시로 붙였다 뗐다 하면서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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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8 1/320sec ISO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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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는 준수한 편이지만 AF-C 연속 촬영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일단 GFX50S는 AF가 맞은 후 셔터 버튼을 완전히 눌러 촬영한 사진이 나타날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장씩 촬영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런데 AF-C를 사용해 피사체를 가로로 쫓아보면 얘기가 다르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피사체를 놓쳐 뒤쪽 벽에 초점이 꽂힌다. Rapid-AF라는 AF 부스트 기능을 켜도 큰 차이가 없다. AF-C 상태에서 1초에 3장씩 찍히는 연사 기능을 이용하면 상당히 답답하다. GFX50S의 연사는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기에 무리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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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가 100여년전 발명한 풀프레임 포맷이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디지털이란 특별히 규격을 정할 필요가 없는 데도 말이다. 중형 포맷은 그런 점에서 차세대 이미지 센서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 판형이 자유로운데다 높은 해상도로 활용도도 높다. 라이카 고가 라인업이 렌즈를 포함해서 수천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며 GFX50S의 미래는 무척 밝다고 하겠다.

구매지수 : 81점
Good : 중형 포맷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
Bad : 아쉬운 AF 성능, 정체성이 모호한 외관 디자인


[리뷰조선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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