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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암 100과] 난소암·자궁내막암 급증…산부인과 방문 주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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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에 대해 알고 싶은 100가지 과학적 지식

매일경제

인터넷 검색창에 물어도 답변이 나오지 않는 궁금증, 진료실에서 묻고 싶었지만 삼켜야 했던 질문들, 매경 헬스저널이 대신 물어봐드립니다. 서울대암병원 의사 선생님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페이스북이나 이메일, 전화로 알려주세요. 매경과 서울대암병원이 함께 만드는 '암에 대해 알고 싶은 100가지 과학적 지식, 암백과'는 격주 수요일 발행되는 매경 헬스저널에 실립니다.

Q 40대 초반 미혼 여성입니다. 친한 친구가 올 초 난소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데, 또 다른 친구가 자궁에 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저는 산부인과 검진을 한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매년 받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기가 꺼려지고 두렵습니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헛배가 부르거나 하복부에 뭉근한 통증이 있으면 더 불안하고요. 자궁경부암 백신도 논란이 있는 것 같던데, 산부인과 정기검진만이 최선인가요.

A 맞습니다.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최선입니다. 미혼이다 보니 산부인과 가기가 더 꺼려지시는 점 이해합니다. 기혼 여성들도 출산 후에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찾기를 주저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정기검진으로 세 가지 부인암의 위험을 70% 가까이 낮출 수 있다면 어떤가요? 내 건강을 위해 생각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은 반드시 1년에 한 번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정기검진은 내 몸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분은 매년 생일을 앞두고 특별한 기념일처럼 산부인과를 찾는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중요하고 소중한 일로 여기고 우선순위에 올려두셔야 합니다. 민망함이나 부끄러움은 잠시일 뿐, 소중한 내 생명을 구하고 암 치료를 받게 될 경우의 고통도 덜 수 있으니까요.

부인암으로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이 있습니다. 세 암종의 특징이 각각 다른데요.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통로인 성생활과 관련이 있고,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걸리는 자궁경부암을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암이 되기 전 단계를 전구암이라고 하는데요.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이라는 전구암 단계를 몇 년 동안 거친 후 암으로 진행이 됩니다. 주로 30대부터 전구암 상태로 있다가 40대 들어서 암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죠. 이 기간 현재 암 검진에서 시행되는 세포검사로 전구암 병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검진으로 70%는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해서도 문의하셨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맞는 게 정답'입니다. 면역기능이 좋은 청소년 때 맞을수록 효과가 좋고, 40대 중반까지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지금이라도 맞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50대 이상에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지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에 부작용이 있다며 문제 제기가 된 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맞은 데 비해 다른 부작용이 높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더 단적인 예를 들면, 전 세계 국가들이 암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지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얼마나 맞고 있는가'를 활용합니다. 그만큼 예방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죠.

검진 확대 등으로 자궁경부암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10년 새 2배 이상씩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자궁내막암도 전구암 상태가 알려져 있지만, 내부에 기구를 넣어야 해서 검사가 어렵고 환자들이 불편해한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혹시 폐경 이후 출혈이 있다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합니다. 이 증상이 초기 내막암 징후일 가능성이 있어 바로 병원을 찾는다면 자궁내막암을 조기에 발견할 확률이 70~80%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비만으로 여성호르몬이 증가하는 몸 상태가 되면 자궁내막암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니 폐경 이후 체중과 식습관 관리에도 신경을 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난소암의 경우 10명 중 8명이 말기암 환자입니다. 전구암 상태도 아직 모릅니다. 암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관건인데, 천천히 진행되는 예후 좋은 암도 있지만 몇 달 새 급격히 진행되는 암도 있어 주치의와 환자를 당황시키기도 합니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지만 초음파와 피검사를 자주 하면 초기 암 발견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50세 이후 많이 발생하므로, 1년에 한 번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무엇보다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산부인과를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안심하는 것이 더 좋고요. 모든 암이 그렇지만, 소소한 증상도 무심히 넘기지 말고 특히 식습관에 신경을 쓰세요.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고, 금연과 금주를 함께 한다면 더 좋겠지요.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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