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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복을 빌어주는 길상도고, 영어로는 '해피니스 페인팅'이에요.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그림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읽어내야 하는 그림이죠."
민화 대중화에 나선 작가 오순경(49)의 말이다.
드라마 '마마'와 종영을 앞둔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송윤아와 이영애가 그린 그림의 진짜 작가인 그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는 드라마 속 송승헌 혼인 병풍이었던 궁모란도와 중종 편전 병풍인 일월오봉도, 궁중장식화인 책거리 등 160여 점이 나온다. 사임당의 상징이기도 한 '초충도' '봉황도' '십장생도' '군접도' '화조도' 등의 작품도 벽에 걸린다.
전시 개막일은 '사임당' 종영일인 5월 3일. 드라마에서 전통화 총괄 디렉터를 맡은 그는 "예상보다 6개월 늦게 방영한 드라마가 재편집이 많이 돼 그림 그리는 분량이 많이 삭제됐다"며 "전시장에서는 조선 초기 '일월오봉도'부터 올해 유행할 수 있는 그림까지 500년을 아우르는 그림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미처 보이지 못했던 그림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민화다. 가령 파초도는 '기사회생'을, 모란도는 '부귀영화', 나비는 '평안장수', 매는 '액막이'의 뜻을 가지고 있다. 전시기간에 전시장에서 직접 그림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겠다는 작가는 "보통 수묵담채화는 수정할 수 없지만 민화 같은 채색화는 실수로 물이나 먹이 튀더라도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화는 수정을 할지언정 망치는 건 없다"고 공언하는 이유다.
"작품을 그리는 도중 고양이가 실수로 밟고 지나간 자리에 나비가 탄생하고, 실수로 튄 먹 자국에 벌이나 개미, 나비나 매미가 그려지기도 합니다. 민화는 무엇보다 해학이 있기에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지요. 한마디로 숨통을 트이게 해줍니다."
오 작가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무대미술을 전공한 이력으로 방송과 영화, 미술계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현대 민화계의 원로 송규태 선생으로부터 민화를 전문적으로 배웠으며 현재 추계예대 평생교육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정조능행도'도 나온다. 가로 10m×세로 2m 대작으로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원본 작품을 보고 그린 것이다. 한 점을 완성하는 데 무려 3년6개월이 걸렸다. 전통적 요소에 기초하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색감을 보이는 것이 오순경 민화의 특징이다. 5월 3일에서 8일까지 인사동 전시가 끝나면 경주엑스포 전시장에서 7월까지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최근 '민화, 색을 품다'와 '아름다운 민화 컬러링북'을 펴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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