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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소니, 화려한 부활… 비결은 '워크맨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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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적자에 허덕였던 일본의 대표 전자기업 소니가 부활하고 있다. 소니는 작년 2850억엔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와 비디오게임기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인 5000억엔(약 5조1300억원)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규모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기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지만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사업 재편을 통해 반등 기회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니가 돌아왔다

소니는 휴대용 오디오 기기 '워크맨'을 비롯해 TV·카메라·비디오 리코더 같은 주요 전자기기 부문에서 1990년대까지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 밀리기 시작했고 금융·영화·음악 등 새로 진출한 콘텐츠 분야에서도 수조원대 손실만 기록했다.

소니 부활의 일등 공신은 스마트폰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다. 제품 소형화·경량화에 일가견이 있는 소니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정밀한 센서 제품을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매년 애플에만 1억개를 공급할 만큼 수요가 급증해 구마모토 공장을 풀가동해도 물량 대기가 버거울 정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1대가 팔릴 때마다 소니는 20달러(약 2만2600원)를 번다"면서 "이미지 센서가 소니 실적 회복의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4)도 작년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VR(가상현실) 기능을 갖춘 PS4는 작년 연말에만 전 세계적으로 무려 620만대나 팔렸다. 올해도 게임 사업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부진했던 TV와 스마트폰 사업도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재편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샐러리맨 출신 CEO가 일궈낸 반전

소니의 부활은 2012년 평사원 출신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57) CEO가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1984년 소니 뮤직의 전신인 CBS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만에 소니의 역대 최연소 CEO가 됐다. 히라이를 발탁한 인물은 당시 실적 악화로 물러난 첫 외국인 CEO 하워드 스트링거였다. 히라이와 같은 CBS 출신인 스트링거는 2005년 CEO 취임 이후 기술보다 마케팅을 중시해 '기술의 소니'에 마침표를 찍은 인물이다. 수십년간 소니의 주요 보직을 독식해온 엔지니어 출신들은 비(非)엔지니어인 히라이 CEO를 '스트링거의 아이(child)'라고 불렀다.

히라이는 취임하자마자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TV 부문 사업을 70% 가까이 축소시켜 분사했다. 노트북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2015년에는 소니의 신화와도 같은 '워크맨'마저도 분사했고 수천명대 규모 인력 구조 조정도 단행했다.

과감한 사업 재편으로 환부를 들어낸 히라이의 그다음 선택은 스트링거 전임 CEO와는 정반대로 '기술 소니'의 부활이었다. 소니 기술자들의 자존심인 카메라 이미지 센서 기술 등을 강화, 반도체 사업부를 집중 육성했다. 소니는 2015년 공모 증자로 조달한 4000억엔 대부분을 이미지 센서 설비투자에 썼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Be moved-One Sony(감동을 전하자-하나의 소니)'였다.

히라이 CEO는 작년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AI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06년 강아지형 로봇 '아이보(AIBO)' 생산을 중단한 뒤 10년 만에 로봇 산업에 재진출한 것이다. 그는 당시 "3년간 정말 힘든 구조 조정을 거쳤다"며 "이제 혁신을 통해 제대로 성장에 속도를 낼 때"라고 말했다. 워크맨·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이 예전에 없던 혁신 제품을 만드는 '소니 정신'을 잇겠다는 것이다. 히라이 CEO는 최근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소니 모든 직원의 힘을 합쳐 '원 소니(하나의 소니)'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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