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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왜 군 면제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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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충남도 공무원 임용과정서 장애로 군 면제 불구 추궁 당해

인권위 개선 권고…도, 임용 원서에 병역 항목 삭제하기로



ㄱ씨는 지난해 충남도의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다. 면접 자리에서 그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왜 군 면제를 받았냐?” ㄱ씨는 면접위원들에게 장애가 있는 신체 부위를 보여주면서 군대에 가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임용시험 이력서 항목에 있던 병역 사항이 화근이었다. 자신의 장애도, 군대에 가지 않은 것도 지원한 직무와 아무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시험에서 떨어질까 두려웠다. 면접장에서 나온 뒤 ‘모욕감’이 밀려왔다.

몇 달 뒤 그는 충남도 인권센터를 찾아 “면접 과정에서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당했다”고 토로했다. ㄱ씨 사례를 조사한 도 인권센터는 최근 병역 면제 사유를 확인한 충남도의 공무원 임용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지난해 12월 인권센터 개소 뒤 첫 권고다.

헌법재판소는 “군 면제와 관련해 질병명을 공개하는 것은 특별한 책임과 희생을 추궁할 수 있는 소수 사회지도층에 국한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더 나아가 직원 채용 때 병역 면제 사유를 아예 묻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가인권위는 2003년 국내 기업들의 채용 과정을 조사한 뒤 62개 업체에 “입사지원서에서 병역 면제 사유를 적게 한 항목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병역 면제된 이유와 업무 능력은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의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도 인권센터는 “충남도가 ㄱ씨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진경아 충남도 인권센터장은 “헌법 11조는 인격권을,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 보장을 명시한다. ㄱ씨에 대한 조사를 해보니 면접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한 정황이 확인됐다. 충남도에 임용시험 면접 과정에서 응시자에게 병역 면제 사유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도민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해 문을 연 충남도 인권센터는 도와 도 소속 기관 등에서 인권 침해를 받은 도민과 도내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상담·조사한다. 인권센터가 개선 사항을 권고하면 해당 기관이나 부서는 2개월 안에 조치한 결과를 센터에 통보해야 한다. 장영환 충남도 고시팀장은 “충남도 공무원 임용시험 이력서 양식에 있던 병역 사항 항목을 앞으로 삭제하겠다. 면접위원 교육 때 인격권, 사생활 비밀 보장 등 인권 교육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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