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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특파원+] '트럼프 라이트' 르펜 밀다가…머쓱해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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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대선전에서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우파 포퓰리스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를 지지하다가 막상 투표함이 열리자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있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 신당 ‘앙 마르슈’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으나 2차 투표에서 ‘반 르펜 전선’이 구축돼 마크롱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르펜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르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그런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었다. 프리버스 실장은 “그것은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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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라이트(Lite)’ 르펜

르펜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약간 농도가 낮은 ‘트럼프 라이트’로 불려왔다. 르펜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고립주의, 반 이민주의 노선을 취해왔고, 프랑스의 유로존 및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해왔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와 르펜이 서로 존경을 표시해왔다”고 보도했다. 르펜은 ‘트럼프 타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자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이틀 전인 21일(현지시간) AP통신과 회견에서 “르펜이 국경 문제에 대해 가장 강경하고, 현재 프랑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장 강경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모든 사람이 누가 이길지 예측하고 있다”고 사실상 르펜의 승리를 점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리 중심가 샹젤리제에서 발생한 경찰관 총격 테러가 르펜 후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우리가 지켜온 프랑스 및 프랑스 국민과의 역사적인 유대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버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르펜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어도 그것이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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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외국 선거 개입

트럼프 대통령이 르펜 후보를 향해 노골적인 응원전을 펼친 것은 드문 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외국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 국민 투표를 하기 직전에 런던을 방문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사실상의 선거 지원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미는 르펜의 라이벌인 마크롱 후보와 지난 20일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르펜과 마크롱이 트럼프와 오바마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르펜을 지나치게 노골적인 표현으로 지원하고, 테러 사건이 미칠 선거 결과까지 예측하는 논평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이 이날 보도했다. 애틀란틱은 “샹젤리제 테러는 1명의 테러리스트가 저지른 단독 범행이었고, 경찰관 1명이 사망했으며 2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한 명의 이 테러리스트가 가장 역사가 긴 민주주의 국가 중의 하나인 프랑스의 권력 지형과 유럽의 미래까지 바꾸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참으로 놀랍다”고 힐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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