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 ‘비주류’ 마크롱ㆍ르펜 결선투표 진출

출구조사 근소 격차 1ㆍ2위… 공화ㆍ사회당 탈락 처음

“극우 집권 안된다” 주요후보들 마크롱 지지 속속 합류

프랑스 대선 후보로 나선 신생정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3일 파리에서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에서 신생정당 ‘앙 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대선 결선투표 후보가 좌ㆍ우 정당을 대표하는 사회당과 공화당이 아닌 ‘비주류’로 채워진 것은 처음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의 1차투표 출구조사 결과, 마크롱과 르펜은 1∼2%포인트의 근소한 격차로 각각 1ㆍ2위를 차지해 내달 7일 열리는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릴 전망이다.

해리스인터랙티브의 출구조사 결과 마크롱은 24%의 득표율로 1위, 르펜은 22%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뤽 멜랑숑 후보는 20%의 동률로 공동 3위에에 그쳤다.엘라베의 출구조사 득표율에서는 마크롱 23.7%, 르펜 22%로 나타났으며, 피용과 멜랑숑은 각각 19.5%를 기록했다.

마크롱과 르펜은 유럽연합(EU) 가입 유지와 탈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문화적 다원주의와 프랑스 우선주의 등 주요 공약을 놓고 극과 극의 입장을 달리고 있어 대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양대 기성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한 제5공화국 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후보자를 내지 못하게 됐다. 비주류에게 대권을 넘겨 주게 된 양당은 6월 총선에서라도 1ㆍ2당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결선진출 진출이 좌절된 대선 후보들과 주요 정치인들은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속속 마크롱 지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극우 후보를 반대하는 것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며 사실상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마크롱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패했던 알랭 쥐페 전 총리,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도 극우 집권 저지를 호소하는 등 공화ㆍ사회당 양당이 마크롱 당선을 위해 단결하는 모습이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마크롱과 르펜 진영은 저마다 최종 승리를 자신했다. 마크롱 후보는 성명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프랑스 국민이 정치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지지자들은 파리 포르트베르사유 지구에 모여 프랑스와 EU 국기를 흔들며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열창했다. 르펜 후보도 “프랑스 국민을 거만한 엘리트들로부터 해방할 때가 왔다”며 결선투표를 향한 전의를 다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출구조사 결과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나타난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왼쪽)와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 1차 투표 1, 2위를 차지한 두 사람은 다음달 7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