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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법률사각지대 농산어촌에 변호사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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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변호사회 ‘마을변호사’ 확대… 재능기부 변호사와 주민들 연결

임대차-상속 등 무료 법률상담

동아일보

김태범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이 충남 공주의 한 마을에서 ‘마을변호사’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상대적으로 법률 환경이 열악한 농산어촌에 법률 조력 기회를 확대하는 건 변호사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제공


농촌과 산촌, 어촌 등 시골 마을의 갈등은 대부분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돼 왔다. 혈연 지연 등 ‘아는 처지’라는 동질성이 극단적인 대립을 막아줬다. 하지만 점차 권리 주장이 앞서면서 분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도시민의 귀농귀촌과 결혼 이주민의 증가 등으로 이질적인 사회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 늘었지만 법률 사각인 시골

농산어촌의 경우 분쟁 해결을 위해 법률 조력을 받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인터넷에 법률 정보는 넘쳐 나지만 노령화 등으로 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은 낮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변호사 2만 명 시대를 맞았지만 전체 개업 변호사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85% 이상이 6개 광역시에 편중돼 있다.

대전지방변호사회가 이런 법률 구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2월 취임한 신임 김태범 회장(55)은 “농산어촌에 법률 조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변호사들의 공익적 활동을 강화하겠다”며 이달부터 ‘마을변호사’ 제도의 활성화에 착수했다.

그는 5일 충남 공주시 이인면을 시작으로 매주 마을변호사 현장설명회에 직접 따라나서 이 제도의 취지를 알리고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마을변호사는 재능 기부를 희망하는 변호사와 읍·면 마을을 연계해 농산어촌 주민들이 전화나 e메일 등 간편한 방법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2013년 법무부와 행정자치부, 대한변호사협회가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전지방변호사회 활동 권역인 대전과 충남, 세종에서는 한동안 주춤했다.

○‘마을변호사’ 활성화로 해결 모색

현장설명회를 열자 즉석에서 법률 상담이 줄을 이었다. 14일 오전 공주시 유구읍사무소에서 이장단을 상대로 열린 마을변호사 현장설명회. 임동수 변호사가 설명을 마치자마자 한 이장이 해법을 구했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지나다니던 길이 자기 소유라면서 통행을 막는 사례가 생겼는데 대화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이장은 “주변 토지의 소유주가 바뀌면서 경계를 측량해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이때 측량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 거냐”고 추가 질문을 던졌다. 귀농귀촌과 각종 개발로 농산어촌에서도 임대차, 대여금, 토지경계, 통로통행, 상속 등 다양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남편이나 시댁과의 불화를 호소하는 결혼이주 여성의 이혼 상담도 분쟁의 한 축을 차지한다.

임 변호사는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지만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경우 쟁점이 뭔지, 민형사 가운데 어떤 절차를 밟을지 등을 제시해 해결책을 모색해 준다”며 “경우에 따라 법률구조공단 등 공공 법률서비스 기관으로 안내해 주거나 전문 변호사를 소개해 준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대전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200명가량이 3개 시도 읍면별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한 뒤 설명회를 이어 나가고 있다”며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변호사 없는 무변촌 주민들이 보다 쉽게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변호사 현장설명회 문의 042-472-3358(대전지방변호사회)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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