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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19대때부터 을지로위원회, 보호입법 쏟아내 이번도 ‘패키지 공약들’ 제도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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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영업 정책 변천사-



한겨레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한겨레 시민정책오디션에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모여 대선 후보들의 자영업 공약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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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자영업자 살리기 정책은 2012년 대선 직후인 19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걸고 자영업자층 표심을 공략해 성과를 거둔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 의제를 과거와 같은 ‘담론’ 중심에서 벗어나 ‘정책적 실천’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됐고, 이 과정에서 야당에는 자영업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생 이슈를 전담하는 조직까지 만들어졌다.

2013년 5월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른바 ‘남양유업 물량 밀어내기와 영업사원 폭행사건’의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던 중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리고 ‘민생을 중심에 둔 경제민주화’를 표방한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위원회’(약칭 을지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은 크게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 상생’, ‘자영업자 살리기’, ‘비정규직 보호’라는 4가지 분야에 집중됐고, 이 가운데 핵심이 자영업자 살리기였다. 자영업자층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기형적 경제구조에 대한 문제 의식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 수준이다.

19대 국회에서 입법화된 자영업자 정책의 대부분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손을 거쳐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게 ‘씨유(CU)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다. 2013년 7월 통과된 이 법은 가맹사업체 본부가 가맹희망자나 가맹점 사업자에게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고, 가맹본부의 비용 떠넘기기와 심야 영업 강요 등의 횡포로부터 가맹사업주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가건물 임차인들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임차상인보호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최고이자율 상한을 30%에서 연 25%로 하향 조정한 ‘서민이자부담경감법’(이자제한법), 채권자의 과도한 추심행위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불법채권추심방지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도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처리된 대표적인 자영업자 보호 입법이다.

‘남양유업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여러 법안을 병합해 2015년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계약서 작성의무를 공식화하고 본사가 대리점에 물품 구입을 강요하거나, 본사가 제시한 판매 목표에 미달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시기 본회의를 통과한 ‘대형복합쇼핑몰 규제법’(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19대 국회가 처리한 대표적인 자영업자 보호 법안으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복합쇼핑몰의 입지 조건과 영업시간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도 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위한 여야의 입법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맹사업체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협의회의 법률적 대항력을 강화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3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골목상권 입지 제한 대상을 대형마트뿐 아니라 준기업형·독립형 슈퍼마켓으로 확대한 ‘변종 에스에스엠(SSM·기업형 슈퍼마켓) 방지법’이 여야 의원들의 발의로 산업통상자원위에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임기종료로 폐기된 ‘중소상공인 보호법’(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도 지난해 6월 다시 발의됐고, 카드수수료율 인상 폭을 일정 규모로 제한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지난 3월 야당 의원 주도로 발의돼 정무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입법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한겨레 시민정책오디션의 참가자들이 쏟아놓은 자영업자의 현실은 회색빛이었다.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도 자영업자들을 위한 ‘패키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임대료 상한 한도(현행 9%) 조정, 상가 임차인들의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현행 5년) 연장,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의 입지·영업시간 규제 강화, 본사·가맹본부의 부당한 횡포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혁신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공약이 법·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지켜봤던 참석자들은 쉽사리 기대를 품지 않으려고 했다. “후보들의 공약이 딱히 잘못은 없다. 표 얻기엔 좋을 것 같다”는 한 토론자의 냉소적인 평가는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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