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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자영업은 지옥…카드 수수료 1% 미만 내릴 때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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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시민정책 오디션 ⑤ 자영업 정책-

■ 카드수수료 등 대책은?

편의점 쉬워 보여도 장사 안되면 지옥

본사는 할인해 매출 늘면 이익 챙겨도

가맹점은 부담 그대로 남아 적자 일쑤

“수수료, 매출액 말고 소득세 따져야”

■ 임차인 보호 문제

“재건축” “현대화”한다며 나가라면

인테리어 등 투자금 날리고 밀려나

“계약기간 5년 보장만이라도 제대로”

■ 인건비 등 비용 부담 대책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반대 않지만

자영업·인건비 지원 방책은 불명확

수당·4대보험료까지 지금도 큰부담

■ 대출·가계부책 대책

대출 확대는 한계 “저리융자 늘려야”

공정위 “대기업 편”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기업 ‘불공정거래’ 땐 처벌 강화를



지난 20일 서울 합정역 근처 한 카페에 40~50대 ‘사장님’ 여섯 명이 모였다. 젊은 시절 일찌감치 자영업에 둥지를 틀었거나 경제 활황기에 대기업 등에 입사했다가 조기 퇴직 뒤 ‘재취업’ 대신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한 이들이었다. 모셔야 하는 부모와 아직 한참 더 자라야 하는 중고생 자녀들이 있는 경제의 ‘허리’ 세대다. 하지만 침체된 소비는 좀처럼 풀릴 조짐이 없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가맹점 자영업자의 마진(중간이윤)을 줄이려 압박하고, 카드 수수료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자영업은 지옥”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중소상공인 공약을 놓고 2시간 남짓 이야기를 풀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이 토론을 진행하고, 조창훈 연구원이 함께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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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돌아가면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달라.

김상훈(이하 김) 2009년부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전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접었다.

문상철(이하 문) 대기업에서 유통 담당을 하다가 2001년 경기도 안양에서 프랜차이즈 피자가게를 시작해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서정래(이하 서) 서울 마포구의 망원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다. 망원시장 상인회장을 하다가 지난 3월 물러났고, 현재는 서울시 전통상인 분야 명예시장이다. 2011년엔 1년 동안 합정동의 대형마트 입점 반대 투쟁을 했다. 당시 투쟁 성과로 유통법이 개정돼 전통시장 반경 500m 이내에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돼 있던 것이 1km로 기준이 바뀌었다. 요즘엔 상암동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고 해서 또다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춘선(이하 윤) 금융권에서 30년 근무하다가 6년 전 퇴직하고 바로 서울시청 부근에서 프랜차이즈 빵가게를 열었다. 재취업이 어렵고 백수나 마찬가지라서 프랜차이즈 박람회 10여곳을 돌아다니며 상담하다가 그나마 이 프랜차이즈가 낫겠다 싶어 선택했다.

박재용(이하 박)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프랜차이즈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강성원(이하 강) 대기업에 다니다 2006년 피자집, 2008년 치킨집을 잇달아 오픈했다. 치킨집은 본사의 ‘갑질’ 때문에 2012년 폐점했고, 2016년엔 피자집도 가맹해지당해 현재 백수다. 40대에 애들이 중고등학생이고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아 5인 가족이다. 강제폐점 당하고 점포도 잃고, 건강도 잃었다.

Q. 지금 가장 어려운 점이 뭔지 말씀 부탁드린다.

메이저 편의점의 재계약 시점은 대부분 5년인데, 재계약이 안 돼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을 열면 기존 가맹본부가 인근에 ‘보복 출점’을 한다. 매출이 떨어져 폐점하려고 해도, 1년 만에 문 닫으면 위약금이 8천만~1억원 나온다. 편의점은 오픈 때 가맹비, 교육비, 상품보증금 등 2200만원 정도 든다. 비교적 자본금이 적어 큰돈 안 들이고 편의점을 열 수 있지만, 오픈했다가 매출이 안 나오면 5년간 지옥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Q. 한달 매출이 얼마인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영세자영업자 기준을 연 매출액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린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매출로 보면 편의점은 영세업자에 들어가기 어렵다. 하루 매출이 150만원인 경우 연 매출이 5억이 넘지만, 본사 로열티·아르바이트고용비용(점주가 주중에 하루 10시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월 300만원)·월세(150만원) 빼면 250만~300만원으로 식구들 먹여 살려야 한다.

피자가게는 본사에서 할인을 많이 하고 부담은 가맹점이 지는 구조라서 매출만 늘어나지 순이익은 마이너스다. 피자가게 직영점을 2015년 11월까지 했는데, 본사가 2013년부터 3년 연속 적자이다 보니 (본사에서) 배달 30% 할인, 포장 40% 할인제를 도입했다. 매출이 월 5천만원이면 본사에 52%, 2500만원 정도를 내고, 인건비 1800만원, 관리비·임대보증금이 200만원, 전기·가스비용 150만원, 기타 식대 150만원, 오토바이 리스비 35만원, 4대 연금보험료 180만원, 카드 수수료 140만~150만원이 나간다. 2001년 시작할 땐 고객들의 카드사용 비율이 5%가 안 됐는데 지금은 카드가 90%다. 수익이 안 나도 매출은 7억원 넘는 곳이 많다. 매출이 늘면 본사에 내는 로열티만 늘어나 본사만 이익 보는 구조다.

다른 자영업자들이 우리 매출액 들으면 깜짝 놀라며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맹본부가 수익을 가져가고, 대부분이 갑질을 많이 한다.

Q. 그렇다면 카드 수수료율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대선 공약에 카드 수수료 1~2% 내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국세청 종합소득세 액수로 따져서 카드 수수료를 정해야 한다.

정치권 문제도 있다. 처음엔 입법되면 괜찮겠다 싶은데 결과물 보면 ‘어’냐 ‘아’냐에 따라 요율이나 금액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가맹본부 등 대기업의 입김이다. 수수료 1%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국회 공청회를 가봤더니, 카드사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가 나와서 1.98%로 1%대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영세가맹점(연 매출액 2억원 이하)과 중소가맹점(연 매출액 3억원 이하) 중 영세가맹점만 수수료율을 떨어뜨려 숫자를 만들었다. 평균은 2.5%인데, 매출액 3억원 이상은 2.5% 이상으로 올렸다.

지난해 여신전문금융법이 바뀌면서 카드사가 고부담이라고 주장했던 (카드결제 위한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밴(VAN) 수수료가 많이 내려가, 카드사도 높은 수수료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

매출액을 떠나 카드수수료를 1%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카드사가 초기 투자 비용 내는 건 끝났다. 인하 시점이 되지 않았나.

Q. 영세자영업자 대책 중 임차인 보호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전통시장 시설을 현대화한다고 ‘아케이드 공사’를 하면 ‘그밖의 대규모 점포’로 등록돼 상가임대차보호법 대상이 아니다. 한마디로 ‘구멍’이다. 문 후보는 ‘그밖의 대규모 점포인 전통시장’도 임대료 상한 한도를 5%로 인하한다고 했는데, (현행 5년인 계약갱신청구권) 보호 기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갈지 모르겠다.

(계약갱신 청구권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겠다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공약이 그나마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것 같다. 문 후보, 심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언급 자체가 없다.

임대차보호법은 6년 차부턴 올려달라는 대로 올려줄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에 든 비용이 1억원 넘어가니, 6년 차에 임대료를 2배 올린다고 해도 나갈 수가 없다. 상가 계약 시점보다 프랜차이즈 계약 시점이 늦을 때가 많다. 제가 직접적인 피해자다. 상가 계약 맺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했는데, 본사 쪽에서 재계약해줄 것처럼 하더니 계약해지 통보가 왔다. 이러면 상가 주인에게 계약 기간 동안 돈을 물고 투자금 자체를 다 날린다. 법제화시킨 가맹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라도 발을 맞춰 달라.

Q. 이태원이나 강남 지역 등에선 건물 주인이 바뀌면 카페들이 쫓겨나는 경욱 제법 있다.

재건축한다고 하면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못 받으니까, 일부러 내쫓기 위해서 재건축한다고 한다. 내가 군포점을 할 때 새 건물주가 와서 재건축할 테니 나가라고 했다. 공약에 보면 재건축 시 입주 우선권 공약은 있는데, 인테리어 (보상) 비용 같은 건 없다.

강 임대료 상한보다도, 계약 기간만이라도 인정해주면 좋겠다.

원래는 법적으로 된다지만 건물주가 좋은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또 새 건물주랑 계약 맺으면 거기가 또 계약의 시발점이 되어버린다.

5년간은 재건축을 하든 뭔 일을 하든 보장해주면 좋겠다. 3년 하고 나가라 할 거면, 1년치 이익을 보장해준다든지. 대기업에 다닐 때 보면, 공무원들이 와서 건의사항 없느냐고 물어보고 그게 정책에 반영되더라. 그런데 프랜차이즈(가맹점) 집단은 건의할 곳이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법이 만들어져 왔다.

서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이유가 지금까지 공정하지 못했다는 거고 그런 부분들이 촛불로 표출됐다. 그런데 후보들의 공약에선 경제민주화가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할 ‘혁명적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너무 약하다.

Q. 대출과 가계부채 대책은 어떻게 생각하나

윤·강 대출 확대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

유승민 후보가 소상공인 대출 확대한다고 하던데?

대출 확대가 아니라 지원 확대를 해야지! 대출은 악순환에 빠뜨린다.

전 재작년에 오피스텔 팔았다. 개인 카드론을 써 왔는데, 이자가 부담되어 오피스텔 팔아서 원금을 갚았다. 그런데 작년에 또 1억 마이너스 나왔다.

지난해에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5천만원 받았다. 예전엔 장사하면 갚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빌려도 갚을 길이 안 보인다. 원금 상환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는데 암담하다. 소상공인이 어려워지면서 대출받아 생업한다. 복합쇼핑몰 등 구조적인 문제를 규제하거나 장사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줘야지, 대출로는 해결할 수 없다.

강 전통시장이 대형쇼핑몰과 경쟁하려면 가격을 낮춰 마진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된다. 대출이 아니라 1%이자나 무이자 형식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

지원도 좋지만, 대기업 문어발식 확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게 진정한 정책이다. 요즘 동네 구멍가게 있나? 서민이 먹고사는 걸 대기업이 다 뺏어 먹은 거 아닌가.

최근엔 대형마트에서 SSM(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갔다가 복합쇼핑몰 형태로 바뀌고 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여주·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진출한 지 3년 뒤인 2013년 12월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에서 상권을 조사해보니 반경 5~10km의 상인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평균 매출이 56% 하락했다고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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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후보들의 다른 공약도 평가해달라.

사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공약엔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이 없는 것 같다. (웃음)

최저임금을 1만원씩 올리겠다고 후보들 모두 공약했다. 그런데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이 인건비·임대료다.

최저임금 1만원에 반대하자는 게 아니다. 정부가 우리를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가가 중요한데 공약에 그 내용이 없다.

문재인 후보 공약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하고 소기업 자영업자 지원책을 병행한다고 한다. 그럼 그 지원 정책이 한 달에 200만원인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에 지원책이 자영업자 퇴출시키고 재취업 교육하는 거면 어떡하나? 나이 50살에 어떻게 재취업 되겠나.

알바생 쓸 때 4대 보험비도 원래 반은 본인 부담인데, 월급에서 4대 보험 뗀다고 하면 다른 데 알아본다고 한다. 직원들 구하기 어려우니까 자연스럽게 업주가 내게 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공약 중 영세자영업자에게 4대 보험 전액 지원한다는 공약이 있다.

모두 그런데 우리는 법상 영세업체가 아니라서 해당이 안 된다.

영세자영업자는 혼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정책적 효과가 없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해달라.

내수경기가 어려워진 건 유통 때문이다. 골목상권을 바탕으로 지역경제가 선순환 구조였는데, 특정자본에 의해 빨려 들어갔다. 그래서 소비력이 떨어졌다. 향후 복합쇼핑몰이 도심에 들어오면 자영업은 괴멸 수준이 될 것이다.

회사에 벌금을 물릴 게 아니라, 대표이사한테 벌금 물리고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무서운 이유가 그거다. 대표이사에게 제재하고 전과도 뜬다. 공정거래법도 위반하면 그런 식으로 물려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도 문제다. 전속고발권을 공정위만 갖고 있는데, 지자체로 이관시키든지 해야 한다. 우리가 공정위에 가맹본부의 법 위반 증거를 제시하면, 조사하는 데 1년~1년 반이 걸린다. 조사하고 나면 결국엔 가맹본부 편을 든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대형 로펌’ 같은 존재다.

공정거래위 해체해야 한다. 저는 지금 김앤장이랑 싸우고 있는데, 공정위원장 지낸 사람 몇 분이 김앤장 같은 로펌에 가 있다. 그걸 어떻게 이기나. 정책상으론 집단 소송제도를 만들어주면 된다. 가맹법에서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고 나왔지만, 본사가 교섭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처벌이 없다. 이 부분 해결이 안 되면 미래가 없다.

나도 공정위 신고한 지 1년 넘었다. 저쪽은 돈 있으니 오래 끌면 되고 우리는 시간이 없다. 시간에는 무조건 지게 돼 있다.

우리나라 국가 틀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튼튼히 해가며 가도록 기조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공정위 해체하자고 하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공정위 비슷한 것 또 생긴다. 언론도 한 번씩 정책 평가가 아니라, 몇 년에 걸친 (장기적) 평가를 해야 정치권도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이 설 거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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