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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메모리 성능 속여"…화웨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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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오포(OPPO)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 2위를 기록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화웨이가 중국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동일 기종 스마트폰에 세 가지 다른 종류의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하면서 같은 가격을 적용해 중국 소비자들에게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달 초 출시한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 P10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들이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가 성능 테스트 자료에 비해 너무 느리다" "같은 P10에서도 앱 실행 속도가 두 배 차이 난다"와 같은 불만을 터뜨렸다. 뒤이어 화웨이가 P10에 ufs2.0, ufs2.1, eMMC5.1 등 세 가지 종류의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사실이 밝혀졌다. 플래시메모리란 간단히 말해 스마트폰의 구동 속도를 좌우하는 메모리카드를 말한다. ufs2.0이나 ufs2.1이 eMMC5.1에 비해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P10을 판매했다.

구매자들은 "화웨이가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저가 부품을 써놓고 가격은 그대로 받았다" "화웨이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위챗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삼성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문제로 타격을 입었던 것처럼 화웨이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 측도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위청둥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원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저가 부품을 쓴 게 아니다"며 "운영 프로그램을 개선해 플래시메모리 속도에 차이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조차 화웨이를 질타하고 나섰다.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은 "이번 사건에 대해 화웨이가 '경쟁사들이 사태를 과장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메모리 게이트'로 중국 스마트폰업계 실력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막대한 내수시장과 원가경쟁력을 내세워 덩치는 키웠지만 운영체제와 플래시메모리 등 핵심 기술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일보는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도시바가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 현상이 심해 화웨이가 세 가지 다른 종류의 메모리를 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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