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증시를 짓누르던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등 우려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2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 결과가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있다.
지지율 1위인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박빙 경쟁을 하고 있다. 1차 투표를 사흘 앞둔 20일 저녁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총격 테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르펜과 급진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르펜은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제1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막판 상승세를 타고 있는 멜랑숑 역시 EU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대선이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본다. 시장의 우려는 르펜과 멜랑숑이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면 증시충격이 불가피하며 보수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최악은 르펜과 멜랑숑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것인데 현재 후보 네 명의 지지율 격차가 근소해 실현 가능성이 있다"며 "두 후보의 결선 진출이 현실화하면 위험자산가격이 동반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유럽통합에 우호적인 마크롱 후보와 함께 르펜이나 멜랑숑 가운데 한 명이 결선에 진출하면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프랑스 대선 관련 위험을 덜고 실적 중심의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김윤서 연구원은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에 진출하면 프랑스발 유로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1분기에 제한됐던 유로존으로의 자금 유입이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은 국내 증시에는 환율을 통해 유동성과 기업실적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유로화 강세에 따른 달러화 약세 압력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자산 수요를 높이며 일부 내수업종의 2분기 실적 상향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서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가 2,100∼2,18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김유겸 연구원 역시 "르펜과 멜랑숑 중 한 명만 결선에 진출하면 최종 당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시장에 약간의 부담을 주는 데 그칠 전망"이라며 "이 경우 글로벌 경기 개선 심리에 기반을 둔 경기민감업종을 기본으로 하면서 차기 정부의 내수부양정책으로 관심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를 2,150∼2,190으로 제시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로 옮아가는 상황에서 중장기 긍정요인과 단기 부정요인 사이에 대치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코스피가 2,130∼2,18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견인하는 1분기 실적시즌, 한국 수출경기 회복과 내수경기 저점 통과 기대감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며 "이에 비해 글로벌 리플레이션 기류 후퇴와 정치·정책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심리 약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국인 숨 고르기는 부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1분기 실적발표 기간이 다가오면서 국내 증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기업들이 깜짝 실적을 낸 덕분"이라며 말했다.
김병연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업종별 순환매와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 고조, 코스닥 수급 변화 등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코스피 주간 변동 폭으로 2,130∼2,170을 제시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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