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의 채이배 공약 단장이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권호욱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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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새 정부가 원점에서 회생 여부를 검토 및 결정해야 한다”며 “서별관회의는 지금의 관계장관회의로 공식화한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재별 개혁에 대해서는 “안 후보는 기업을 운영하며 대기업에 당해본 경험이 있어 실천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말했으며, 가계부채 해법이나 기초연금 관련 공약의 큰 기조는 “가장 어려운 사람부터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 의원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운동을 하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졌다. 다음은 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안 후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공을 들인 경제정책이 있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지난 10년간 ‘녹색성장’ 식의 정부 주도 사업을 해왔지만 성과가 없었다. 국가 주도는 대기업, 재벌 위주다. (우리가 말하는) 민간은 대기업이나 재벌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성장의 사다리를 복원시키자는 의미다. 국가는 연구개발(R&D)을 기초나 원천기술 중심으로 해서 이를 중소기업에 제공하면 중기가 상업화하는 방향이다. 일자리 문제도 공공근로 등을 엄청 늘렸지만 노인 빈곤율은 더 높아졌다. 실업률을 조정하는 방식은 실질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다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 과학기술을 만들고, 그게 중소기업과 창업으로 연결돼 새롭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 이익 창출이 목적인 기업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국가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 아닌가.
“(문재인 후보 측은 일자리 창출을) 재정으로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포퓰리즘 정책이다. 공공부문을 늘리면 (취업 당사자들이) 은퇴할 때까지 30~40년을 가야하는데 재정 건전성이 계속 좋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실업률에 문제가 되는 것은 청년 계층이기 때문에 청년들로 구성된 4차 산업혁명 전문가 10만명 양성, 연간 미취업 청년 40만명에 취업활동비 지원 등을 하겠다는 거다. 나머지는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자 역할을 할 방침이다. 물론 경찰·소방·사회복지 등은 늘려야 하고, 직무와 능력에 맞게 보상받는 ‘직무형 정규직’을 공공기관에 도입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10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공약은 너무 헐거운 느낌이다.
“이과 전공자 중 융합 기술을 갖추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1년에 2만명씩, 제빵제과같은 거 말고 조금 더 전문적인 직업 훈련을 해주자는 방안이다. 정부 내 출연연구소나 산학연구하는 대학들에서 교육을 해줘 특별한 인재로 키워보자는 것이다. 특히 이 공약은 일자리 정책에 넣은 게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에 넣었다.”
- 문 후보 측은 공공부문 쪽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공공 부문 쪽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꾸 뉴딜정책에 빗대 이야기를 하던데 그건 건설현장에서 일시적으로 실행한 거다. 어떻게 저렇게 호도하나 싶었다. 공공근로 일자리 늘리는 것은 굉장히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크다. (문 후보 측이) 처음에는 20조인가 이야기했는데, 계산해보니까 17만명 공무원 늘리는 거 빼면 한 사람당 연간 500만원밖에 지급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구조더라. 완결성을 갖추지 않고 내놓은 것 같다. 그쪽에서 정권을 잡더라도 절대 이뤄지지 않을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정점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이 아니었다면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터지면서 해운업황이 안 좋아질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 그런데 아무도 대책을 세우거나 선제적 구조조정을 안한 거다.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은 그런 부분의 조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이다보니까 막 공격적인 경영을 했고 국내 조선 3사가 과열경쟁을 하면서 스스로를 망가뜨린 거다. 대우조선이라는 특이한 회사 때문에 조선업이 어려워진 거다. 이런 부분에서는 정부가 최대한 빨리 손을 떼야 한다. 대우조선이 빨리 팔렸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또 대우조선이 불법적이고 부실한 경영을 했는데, 서별관회의라는 비공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의사기구에서 지원을 결정하면서 문제를 키운 거다. 당시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각종 정책) 결정권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청문회를 했지만 드러난 게 없다. 이 부분은 다음 정권에 가서 제대로 감사를 하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 있지만 회계분식을 하고 사적인 이익을 취한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책임을 지우게 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대우조선을) 살리느니, 마느니 결정할 권한이 없다. 지원금이 순전히 혈세기 때문에, 새 정부가 제로베이스에서 회생 여부를 검토 및 결정해야 한다.”
- 대우조선 사태는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에서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서별관회의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재 서별관회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로 바뀌었다. 장관 몇 명이 모여 하던 것을 지금은 관계장관회의로 공식화하는 거다. 이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한다.”
- 최근 1334조원을 넘긴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구상 중인 해결책은.
“가계부채는 부동산(담보)과 연결돼있거나 연결돼있지 않은 경우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우선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등 담보 없는 가계부채가 더 위험하다. 그 부분에 신용이 더 낮은 분들, 대출금리도 높다. 그런 만큼 금리인하 요구권, 채권자 변동내역 조회 등 현재 제도를 보완하고 햇살론 등 서민금융을 확대·활성화시켜 가장 밑에 있는 저신용자들이나 채무불이행자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의 채이배 공약 단장. 권호욱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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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관심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여부다.
“지금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 시점에 가서 시장상황에 맞게 신속하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 LTV를 강화하겠다고 하면 5년 내내 그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면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 아개 그간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계부채 정책의 경험이다. 그래서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출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항상 시장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 시점이라면?
“LTV나 DTI 적용기간이 오는 7월 끝난다. 부동산 경기는 한 달만 해도 엄청 변한다. 그쯤 가서 정해야 한다.”
-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데는 분양가 상한제 같은 장치가 민간 부문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현실적 대안이 있나.
“분양가 상한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사업자에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민간까지 확대해 시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후분양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판단하고 소비자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다만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으니 금융에서 주택도시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택시장에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사업성 없는 무리한 부동산 건설 투자는 없어지고 1·2인 가구 등 실수요에 맞는 시장이 조성될 것이다.”
- 분양권 전매제한 같은 장치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다수 집없는 서민들의 입장이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어떤 게 있나.
“부동산은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이어야 한다.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도 필요하다. 공공 임대주택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주택보급률이 95%에 이르는 만큼 새로 짓는 것과 별개로 기존에 있던 것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가령 가계부채 한계차주들 중 부동산을 가진 경우 은행에 넘어가기 직전의 부동산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도 있다. 임대 신축과 매입 임대 등을 적절히 섞으면 주택 물량이 과도하지 않으면서 주거 복지도 실현할 수 있다.”
-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증세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동일한 입장이다.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은 국민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입·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낭비되는 예산을 막고 최대한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실효세율을 올리고 누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조세 감면이나 공제를 단순화시키고, 고소득자나 기업에서 세율을 올릴 수 있다. 그 과정은 국민적 합의가 꼭 필요하다. 이런 것과 상관없이 과세 형평성을 위해 해야할 일이 세원을 더 많이 찾는 것이다. 임대소득이나 주식거래에 대한 이득 등 자산소득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소득 하위 50% 이하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없이 월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공약을 내놨다.
“이게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우리쪽 예산 추계가 연간 3조6000억원인데, 고령사회가 되면서 규모는 계속 늘어날 거다. 소득 하위 기준을 50%로 잡은 것은 현재 노인 빈곤율이 48.8%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분들에게 먼저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를 폐지하고 50%의 기초연금을 (지금보다) 10만원 더 드리면 노인 빈곤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목표다.”
- 지역마다 특화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풀어주자는 내용이 골자인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찬성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의료·안전 등 공공성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 헬스 케어 산업이 신성장 산업으로 필요하다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의 안전 등을 침해하면 안되고 그것까지 풀자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보완하면서 가자는 것이다. 개별법에 대한 재개정 논의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한 거다. 민주당이 이념적 선명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그런 법들이 생기면 당장 재벌기업에 무언가를 해주는 것처럼 만들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 대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 완화도 민주당은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당 강령에 ‘은산분리 강화’라고 써 있다는 거다. 그런 억측이 어디 있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등 거침없이 변화하는 사회다. 은산분리는 전체 틀을, 원칙을 완화시키자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의 채이배 공약 단장. 권호욱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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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기업이 규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창업드림랜드’를 내놨는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도 유사해보인다.
“창업드림랜드는 낙후된 산단을 리모델링해서 기업활동에 제약이 되는 규제가 없는 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거기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피해를 주는 것만 아니면 미사일도 쏴보고 모든 창업 아이디어 실험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거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정말 좋은 이름과 좋은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 지역에 한 기업에 하나씩 만들라고 한 방법론이 잘못 됐다. 전남은 GS그룹이 맡았는데, GS는 유통과 식품만 하고 싶어 했다. 그러니 전남에 있는 정보·기술(IT) 창업 아이디어 있는 사람은 관련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는 대구·경북으로 가야 하는 거다. 얼마나 탁상머리에서 나온 정책인가. 그리고 성공을 하면 (이익은) 대기업이 다 가져간다. 이걸 분야를 나누지 않고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했다면 거기 가서 창업을 한 사람은 기술을 팔 곳도 더 많고, 더 비싸게 팔 수도 있었을 거다. 그래서 우리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없앨 게 아니라 창업 플랫폼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다시 재편할 계획이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계기로 앞으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의견과 해결방법은?
“스튜어드십 도입이 잘 안되고 있다. 어떤 분들은 법으로 만들어서 강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자본시장의 기능 자체는 순기능을 잘 작동하도록 만들면 시장에서 잘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최고 수준으로는 못 만들었지만, 중간 이상의 수준으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시행되려면 자산운용사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데 안 따라오는 것이다. 따라오게 하려면 국내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판단해서 할 수 있는 거니까 반드시 국민연금이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되는 것이다.”
- 재벌개혁에 대한 구상은.
“현재 재벌개혁은 공통의 컨센선스(동의)가 마련돼있다.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 상당히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이제 제도로는 선명성을 가질 수 없을 만큼 평준화됐다. 결국 누가 더 의지를 가지고 실천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재벌개혁) 이야기를 아무리 세게 해도 결국은 안할 거다. 문 후보보다 안 후보가 더 실천의지가 강하다. 안 후보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삼성 동물원’ 이야기도 하고, 본인이 대기업에 당해본 것이 있고, 이 부분을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야기해온 후보다. 실천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 안랩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논란 등 기업을 운영해봤기 때문에 재벌개혁에 소극적일 수도 있지 않나.
“BW는 문 후보 측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BW 발행은 당시 주주들이 상장을 앞두고 원해서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이슈 때문에 국민들이 안 후보를 친 기업적으로 생각하거나 재벌개혁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안 후보의 공약집은 그 누구보다 경제·사회 분야에서 개혁적인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최근 정치 프레임에 의해 구도상 보수로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보수인가. 아니라는 거다. 유권자들에게 그 부분을 얼마나 어필하고 평가를 받느냐는 캠프와 후보의 노력이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아쉽다. ‘적폐’ 등이라는 프레임이 이미지를 무섭게 변신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안 후보는 가장 개혁적인 사람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나.
“지난 10년을 허송세월했다. 앞으로 10년을 또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거다. 지금은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것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국민들은 단기적이고 많은 처방을 요구하고 원하지만, 항상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 안목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이게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고, 철학이고, 가치다. 국민들이 그것을 평가해주길 바란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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