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1분기 수치는 몇몇 대기업의 실적이지 민생 차원에서 서민들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추경 예산 편성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등 국민연금 논란에는 “취임하자마자 현재 공석인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임명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경제공약을 맡고 있는 김상조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정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성대 교수인 김 부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삼성그룹 등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주도해온 인사로 ‘재벌저격수’ ‘삼성저격수’로 불린다. 2008년 삼성특검 사건 공판엔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단의 주장을 공박했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본사에서 1시간 30분 가량 이뤄졌다. 다음은 김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이 가결되면서 국책은행의 2조9000억원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 이 문제는 거슬러올라가면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서별관회의’는 밀실에서 진행된 회의로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구조조정 문제가 여전히 금융당국의 재무적 판단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산업 재편이나 고용 관점을 같이 고려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 컨트롤타워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기구로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별관회의는 불투명성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신뢰받을 수 있는 공식 기구로 만들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공식적인 기구로 만들어서 거시건전성 감독 등을 해야 한다. 다만 정부 조직 개편 등이 걸려 있기 때문에 타이밍까지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건 과거 방식처럼 컨트롤 타워가 없는 정부라는 이야기만큼은 듣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논란이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가 문제가 됐다.
“인수위가 없는 정부지만 취임하자마자 현재 공석인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임명하는 일을 하자고 건의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바로 가입하고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대통령의 임무라고 말씀드렸다. 이게 바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논란과 같은 일을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 방법이다.”
-취임하자마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부터 하겠다는 건가.
“공단 이사장 임명은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재인 후보도 적극 동의하셨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는 필연적으로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OECD 공공부문 일자리 정의를 보자. 100% 세금으로 충당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공공적인 자금이 일부라도 지원되면 다 공공일자리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 교원도 국고로 교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OECD 기준으로는 공공일자리다. 81만개가 전부 다 공무원이 아니다. 예를 들면 공립유치원 교사의 임금은 학부모들이 내는 돈과 일부 정부 지원이 되는데 이 역시 공공부문 일자리에 들어간다. 경찰과 소방관 등 당장 필요한 공무원이 17만1000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30만명을 정규직 점진적 전환, 마지막 교육·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증가까지 포함해 81만개다.”
-우스개소리로 정부가 40만원짜리 알바 일자리 만드는 거냐는 말도 나온다.
“모두다 온전히 세금으로만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마타도어다. 국민세금으로 일자리 늘린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는데 일단 ‘한국 노동시장의 극단적인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 ‘정부가 착한 사용자의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봐달라.”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었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가.
“캠프에서 가계부채 총량 관리하겠다고 발표해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캠프에서 내놓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0% 공약은 자금순환표 통계의 ‘개인 부문’에서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 비영리 단체 부분’을 제외한 ‘가계 부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151% 수준이다. 즉 현재 수준보다 더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어느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 시키는 방식을 택하겠는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김상조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 정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장의 관심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비율(LTV)은 어떻게 할 것인가.
“DTI, LTV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으로 간다. 시장 분위기를 꺾기 위해서 거칠게 손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노무현 정부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강화해서 논란이었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부동산 문제를 조세정책 수단으로 접근한 게 실수였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보유세 세목을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이야기한 적이 없지만 분명한 건 보유세 강화 방향도 어디까지 조세 형평성 관점에서 고려할 뿐이지 그걸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으로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문 후보는 J노믹스에서 집권 후 바로 10조원 규모의 추경편성안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등이 잇달아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이나마 올리고 있다. 추경이 굳이 필요한가?
“요새 부쩍 1분기 성장률이 0.9%까지 올라갔다고 마치 경제가 회복되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1분기 성장률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몇몇 대기업의 실적 영향이지 민생 차원에서 서민들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 충격은 2분기에 집중돼 있다. 2분기가 제일 어렵고 3분기도 좋아지기 힘들다. 추경 편성은 정말로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1분기 수치만 보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말에는 워낙 비관적인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에 비해서 조금 나아져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5%에서 2.6%로 올라간 것일 뿐이지 그게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1930년대 대공황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완만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1분기 수치만을 가지고 장밋빛 전망을 하는 것은 서민들의 고통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다.”
-이명박·박근혜식의 경기부양의 유혹에서 못 벗어난 것은 아닌가.
“‘시장이냐 정부냐’는 원론적 프레임이다. 어느 대통령이 21세기에 경제 문제를 정부가 다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겠는가. 정부가 해야할 일을 선별해서 해결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추경 편성은 마중물이다. 그게 없으면 내수침체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안철수 캠프와 내용이 유사하다.
“그렇다 안철수 캠프와 비슷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국회 추천 받아 임명함으로써 독립성을 제고하고 심의절차를 투명하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은 원래 경제개혁연대에서 제안한 것이고 따라서 나와 채이배 의원이 공유하는 것이다. 다를 이유가 없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어떻게 되나.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의 원리를 도입할 구상을 하고 있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는 고발권만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집행의 전 과정을 다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이외에 주 정부도 자체의 경쟁법과 집행기구를 다 갖고 있다. 일반인도 민사소송을 통해 경쟁법을 집행하는 주체가 된다. 우리도 우리도 공정위가 아닌 다른 주체도 이 법을 집행할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공정위 민원이 1년에 5만건인데 1500명 공정위 공무원이 다 처리하지 못해 지연된다. 그래서 지자체 차원에 법률지원센터를 만들고 공정위가 공정거래협력관을 파견해 조사하고 중요한 사안만 공정위로 넘기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절차가 공정거래법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하고 전속고발권 폐지 보다 훨씬 더 실효성이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는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시행하는게 소상공인에게도 훨씬 더 도움된다. 이런 건 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다. 이것이 지방분권 시대에 부합하는 경제민주화 방안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의 김상조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 정지윤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이 주요하다고 생각하나?
“4차 산업혁명을 인간의 몸에 비유하면 감각기관인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신경망인 5G 플랫폼을 통해 대규모로 정보를 전달, 가공하여 빅데이터를 만들고, 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AI)이 솔루션(해결책)을 찾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위에 스마트 도로, 자율주행차, 핀테크, 드론 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사업인가. 아니다. 더군다나 핵심 분야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이미 늦었다. 독일은 5년전 정부가 나서서 사물인터넷에 집중 투자했다. AI는 알파고에서 봤듯이 미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 우리가 역량을 가지고 집중할 부분이 어딘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하에서 산업자원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야할 문제다. 각 지자체에서 지역축제 제각각 만들듯이 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을 민간에만 맡길 수도 없고 정부가 다 할 수도 없다. 지자체에서 시작했던 일본도 1189개 특구를 만들었지만 성과가 없어 아베 총리가 방향 자체를 바꾸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위원회 만들고 본인이 직접 의장을 하면서 특구도 재정비 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
“미래 산업에 대한 도전은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전략이어야 한다. 그건 대통령 직속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그래야 중복이나 남발 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런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그 운동장 위에서 민간이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재정지출 증가율 연평균 3.5%에서 7.0%로 확대, 재정투입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엿보이지 않는다.
“7%는 후보 의지를 표현했다고 봐달라.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가 극도로 보수적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2060년까지의 장기 재정운용 계획과 지난해 5년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이렇게 보수적인 재정운용계획이 없다. 이렇게 보수적으로 운용하면 당장 내수 살리는 게 불가능하고 우리의 미래도 불가능하다. 중기 재정계획의 대전제가 국가부채비율 40%를 안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5년간 세입은 연평균 5%씩 증가한다고 하면서 세출 증가율은 3.5%로 낮춰 잡은 것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2040년 고점을 찍고 2060년 고갈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계획을 짰는데, 이런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기조를 이를 바꿔야 한다. 40년 후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세입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들어왔다. 지난해 10조원의 추가세수가 있었고, 올해도 그 정도의 추가세수가 예상된다. 세수 기반이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수적인 기조의 박근혜 정부 중기 재정운용 계획이 예상한 연5%의 세수 증가, 업그레이드된 추가세수, 그리고 후보의 의지까지 더 하면 7% 달성이 가능하다.”
-증세 입장은 어떤가.
“각종 세제 개혁을 할 수 있는 최대한 하고 부족하면 국민 동의 하에 증세를 검토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