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빠진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북적'…불친절·대중교통 등은 '숙제'
썰렁한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과 반대로 유채꽃이 만발한 4월의 제주도는 여전히 관광객으로 붐볐다.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전보다 더 매력적인 관광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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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을 즐기는 관광객들 |
◇ "중국인으로 안 붐벼 좋아요"…내국인 관광객 늘어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제주 국제공항은 내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평일인 데다 날씨까지 흐린데도 짐을 찾으려는 사람들,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항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많았다.
공항에서 나와 청보리밭이 아름답다는 가파도를 가기 위해 모슬포항으로 이동하던 도중 유채꽃이 피어있는 송악산에 들렀다. 마라도나 가파도를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 근처에 있으면서 한라산을 볼 수 있어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송악산 입구에는 관광버스가 계속 도착해 관광객을 쏟아냈다.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내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이후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5.5㎞ 정도 떨어진 가파도에 도착하자 기자가 타고 온 배를 다시 타고 본섬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 줄 옆을 걸어 섬으로 들어갔지만, 중국어는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두 내국인 관광객이었다.
제주도에서 만난 내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국인으로 붐비지 않아 관광하기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파도에서 배를 기다리던 박 모(38·여) 씨는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해서 회사 사람들이랑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며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중국어도 많이 들리고 시끄럽고 복잡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주 도민들 입장에서는 중국 관광객들이 안 오면 안 좋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인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송악산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 관광객도 "중국인들 발에 안 걸려서 좋다"며 "다 쫓아버렸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부산에서 계원들과 제주도로 단체관광을 왔다는 이 모(70·여) 씨도 "2박 3일 일정으로 왔는데, 음식도 좋고 (제주도가) 다 좋았다"며 "중국인이 많지 않아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을 반영하듯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내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제주도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김경열 씨는 "그동안에는 중국인이 너무 많이 와서 항공권 좌석이나 객실이 부족해 내국인이 별로 오지 못했었다"며 "중국인 발길이 하루아침에 딱 끊어지니까 내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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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으로 붐비는 제주공항 |
◇"카드는 안 받아요" 불친절, 불편한 대중교통은 개선돼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과거에는 중국인 관광객, 지금은 다시 내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제주도이지만 개선돼야 할 사항도 눈에 보였다.
관광지의 일부 가게 등은 불친절하고 카드를 받지 않는 등 관광객 입장에서 충분히 불편할 만한 사항이 있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자가 가파도에 있는 한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두 개 꺼내 들고 카드를 내밀자 주인은 퉁명스럽게 "카드는 안 받는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은 소액이라 카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근처에서 소라나 해삼 등을 파는 음식점에 카드를 받는지 물었다. 그러나 주인은 한 접시에 몇만 원씩 하는 회를 팔면서도 "카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가게 계산대에는 카드 결제기가 설치돼 있었다.
아울러 아이스크림 상점 주인은 바로 옆에서 민박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파도에서 묵을 예정인 한 손님이 "더 깨끗한 방 없어요?"라고 묻자 젊은 손님에게 호통을 치듯이 "딴 데 가서 알아보라"고 소리를 질러 옆 사람까지 위축되게 만들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도 현금인출기(ATM)를 발견하기는 어려워 만약 현금을 충분히 가지고 가파도에 오지 못했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 기분도 망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만난 한 모(60·여) 씨도 비슷한 내용을 지적했다.
한 씨는 "보말 칼국수 맛집이라고 해서 일부러 멀리서 찾아갔더니 불친절한 것은 물론이고 주인이 머리가 산발인 상태로 앞치마도 안 입고 요리를 했다"며 "음식을 집던 손으로 신용카드를 받아서 계산하는 등 위생 관념도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씨는 "그래서 그런지 음식 맛도 없게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게 됐다"며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고 해서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장사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고 덧붙였다.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만 여행을 다니기에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공항에서 만난 송 모(37·여) 씨는 "지난해 대중교통만으로 제주 여행을 했는데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단체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왔다"며 "안내문이 잘 돼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이용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고 버스 안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서 '천지연' 폭포를 가려다 '천제연' 폭포로 잘못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버스를 이용해 여행할 때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떤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한 노선을 버스 1~2대가 운행하는 등 배차간격이 긴 경우가 많다.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노선의 경우 배차간격도 비교적 짧고 온라인상에 정보도 많은 편이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이나 중 산간 지방은 버스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서울에서 온 김 모(29·여) 씨는 "운전면허가 없을 때 혼자 제주도 여행을 오려고 했다가 대중교통 편을 알아보니 중 산간 지방으로는 잘 다니지도 않고 배차시간도 너무 긴 것 같아 포기했다"며 "이후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야 혼자도 자유롭게 제주를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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